기독교사상 1998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옛날 자료를 뒤지다 보니 이런 것도 나오네요. 이 글을 쓰신 손원영 님에 대하여는 홈페이지 링크로 대신합니다.
http://www.sohnwo.pe.kr
I. 들어가는 말 - '홍길동' 청년부
얼마 전 기독교교육학 수업시간에 나는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한국교회 기독교교육의 현주소를 나타낼 수 있는 별명을 짓고,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해보라." 이런 질문에 많은 학생들이 반짝이는 상상력과 진지한 가슴으로 기발한 별명을 지어내었다. 그중에 청년부와 관계된 한 가지 사례만 소개하고자 한다. K라는 20대 후반 학생의 경우인데, 그가 교육전도사로 일하는 교회의 기독교교육 현주소를 한마디로 '홍길동'이라고 이름붙였다. 왜냐하면 홍길동이 조직한 활빈당의 숫자가 당시 정부군의 규모에 비해 열악했던 것처럼, K전도사가 일하는 교회의 청년대학부원들이 장년 출석인원에 비해 너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일예배에 참여하는 성인들이 거의 2,500명을 넘지만, 청년대학부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겨우 30명도 채 안 된다는 얘기였다. 가히 '홍길동'이라고 이름붙일 만한다. 그리고 홍길도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출몰하는 것처럼, 자신의 교회에서 열심히 일해야 할 청년들이 극소수이기 때문에, 주일이면 모든 청년들은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서 아침에는 교사로 일한 뒤, 곧바로 숨을 들이쉰 채 성가대로 달려가 예배를 돕고, 또 오후가 되어서야 숨을 내쉬면서 기타를 메고 찬양인도를 하는 홍길동과 같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K청년의 이야기는 한국 교회교육의 현주소, 특히 청년대학부의 현실을 잘 표현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참여하는 교회를 비롯하여 내 주변 교회의 여러 청년대학부의 실태를 알아본 결과, 이러한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보편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한국교회의 청년대학부는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홍길동'으로 이름붙일 수 있는 청년대학부의 실태는 구체저으로 어떤 상황인가? 교회 현장에서는 위기의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교육적인 모형들이 실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가? 그리고 한국 교회의 미래를 위해 청년대학부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을까? 이런 물음들을 함께 생각해보려고 한다.
II. 한국교회 청년대학부의 현주소 : J교회와 S교회를 중심으로
나는 청년대학부의 현실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한국교회가 자랑하는 가장 역사적인 두 교회, 곧 감리교와 정로교의 모 교회격인 J교회와 S교회를 방문하여 교육책임자들과 인터뷰를 하였다. 이 두 교회가 한국교회 청년대학부의 실태를 모두 반영해줄 수는 없지만, 두 교회가 갖고 있는 역사적 상징성은 한국교회 청년대학부의 실태를 충분히 암시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한국교회 청년대학부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두 교회의 청년대학부가 갖고 있는 특성과 문제점을 교육목사와의 인터뷰 및 기초자료를 토대로 분석해본다.
우선 두 교회의 청년대학부는 적어도 세 가지 점에서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첫째, 두 교회는 서로의 역사가 비슷한 만큼 여러 면에서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가장 크게 눈에 띄는 점은대부분의 청년대학부원들이 유서 깊은 교회의 '전통'에 커다란 자부심과 가슴 뿌듯한 긍지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교회가 갖고 있는 한국교회의 역사적 상징성에 매력을 느껴 상당수의 청년들이 의지적으로 이들 교회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은 역으로 작용하여 한 교회에서 여러 세대를 거쳐 신앙생활을 해온 제직들의 자녀들과 새로 출석한 청년들 사이의 갈등으로 표면화되는 경우도 허다하였다. 특히 이럴 경우, 많은 제직들의 자녀들은 청년대학부에 출석하지 않고 오직 주일 예배에만 참여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었다.
둘째, 두 교회는 청년대학부의 위기를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J교회의 경우, 주일예배 출석인원이 약 2,000명인 반면, 청년부와 대학부에 참여하는 자는 각각 평균 30~40명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숫적인 위축은 자연스럽게 청년대학부의 위기감을 넘어서 J교회의 미래상에 위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였다. 그래서 J교회의 교육책임자로 일하는 J목사는 이러한 교회 내의 분위기를 J교회에서 발행한 <'96, '97 교육결과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교회의 교회학교 현실은 '어쩔 수 없다'는 일종의 체념이나 패배주의에 붙잡혀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뿐만 아니라 S교회도 전교인의 규모에 비해 청년부의 규모와 활동이 활발한 편은 못된다. 주일예배 평균 출석인원이 약 4,700명인데, 그 중 60명 정도가 대학부에, 그리고 29세 미만이 청년1부에 100명 정도 참여하고 있을 뿐이었다. 특히 대학부는 1990년 교회의 사정으로 해체된 이래 위축되었다가 1997년 다시 청년1부로, 그리고 1998년 대학부로 부활되었기 때문에, 그 활동은 아직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셋째, 두 교회는 이러한 청년대학부의 위기를 실감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우선 J교회는 1998년 '교회교육발전위원회'를 설치하여 J교회의 교육문제를 심도 있게 파악하고 있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S교회도 새로 조직된 대학부의 활성화를 위해 '대학생선교대회'를 개최하거나 '청년지도자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두 교회의 청년대학부는 한편으로는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 두 교회가 갖고 있는 위기의식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원인에 기인한 것인가? 나는 교육책임자와 나눈 인터뷰와 그 교회와 관련된 자료를 통해 청년대학부가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을 다음 세 가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첫째, 이 두 교회는 기독교 전통(Tradition) 및 개교회의 '전통'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고 있지 않은 점이다.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두 교회는 그 역사성으로 인해 많은 청년들의 방문을 받고 있지만 교회 자체적으로 교회의 의미 있는 전통을 구체적으로 전수하거나 또는 왜곡된 전통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교육기회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교회가 이러한 전통에 대한 '재구성'의 노력을 격려하지 못할 때, 현상유지(status quo)보다는 '개혁 지향'을 선호하고, 1차적 사회화에 따른 세계관을 다시 구성하려는 '자아정체성 확립의 시기'에, 당연시했던 것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제기'를 존재 이유로 생각하는 청년들에게 전통은 더 이상 생명력을 줄 수 없는, 없어져야 할 대상응로 왜곡될 수 있다. 그 결과, '전통'을 중시하는 교회는 많은 서구교회처럼 노인들만이 모이는 경로당형 교회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이 두 교회가 겪고 있는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사'의 문제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 하나는 교육책임자의 전문성(profession)과 인력수급의 문제점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담임목사의 목회철학과 갚은 연관성이 있다. 우선 두 교회는 모두 유능한 교역자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기독교교육과 관련된 전문성을 가진 교육책임자가 기독교교육에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특히 내가 인터뷰한 교육목사는 기독교교육 이외의 상담이나 심방, 그리고 행정과 관련된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잦은 교육책임자들의 이동은 지속적인 청년대학부의 발전과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심각한 문제점으로 파악되었다. 뿐만 아니라 담임목사가 교육목회의 철학을 갖고 목회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그 교회 청년대학부의 활성화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담임목사의 교육목회 의식 여부는 다음에서 다루게 될 청년대학부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교회에서 보다 잘 나타난다.
셋째, 이 두 교회가 겪고 있는 또 다른 위기의 원인은 청년들의 다양한 요구를 교회가 적절하게 파악하여 대처하지 못한 것에 기인하게 된 듯하다. 예컨대 J목사는 인터뷰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청년들은 자유스러운 청년문화와 종교적인 교회문화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을 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러한 청년들의 요구를 심각하게 들으려고 하질 않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청년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양자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은 기도원에 가서 뜨겁게 기도하는 것과 같은 보수주의적신앙운동을 전개하던지, 아니면, 자유스럽운 청년문화 운동을 교회 내에서 긍적적으로 수용하던지 양자 간에 선택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J목사의 인식은 적어도 위와 같은 전통적인 교회의 청년대학부에 필요한 대응전략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두 교회는 선택의 기로에서 아직 결단을 못내리고 엉거추춤한 채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결국, J교회와 S교회로 대변되는 전통적 교회의 청년대학부는 표면적으로 현상유지에 만족하면서도, 이면적으로는 젊은이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에심각한 불안을 느끼는 당뇨병 환자처럼 보인다. 물론 두 교회의 형편은 앞에서 말한 '홍길동' 청년부보다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우리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우리 주변의 수많은 작은 교회들, 특히 '홍길동' 청년회를 갖고 있는 경로당형 교회들이 과연 변화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왜냐하면 변화의 전제는 전통에 대한 비판, 교육책임자의 전문성, 담임목사의 교육목회 의식, 그리고 청년문화 수용 여부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의 교회들이 이러한 전제들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III. 새로운 청년대학부 모델 : 창천교회와 동안교회를 중심으로
전통적 교회의 청년대학부가 '홍길동' 청년부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최근 몇몇 교회는 새로운 청년대학부 운동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그 대표적인 교회로 장로교(통합)의 동안교회와 감리교의 창천교회를 들 수 있다. 이들 교회의 청년대학부는 어떤 전략으로 성장하게 되었는가? '홍길동' 청년부와 어떤 점에서 다른가? 그리고 이들 교회의 모델이 한국교회의 청년대학부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가? 이러한 여러 가지 질문을 갖고 새로운 청년대학부의 도델을 찾아 두 교회의 교육책임자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인터뷰를 통해 얻은 결론을 서술하기 전에 먼저 1998년 8월 30일자 주보에 나타난 동안교회와 창천교회의 청년대학부 출석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창천교회 : 대학부 - 출석 69명, 청년부 - 91명 (장년 주일 출석 약 947명)
목요쉼터 - 평균출석 800~1,000명
● 동안교회 : 대학부 주일예배 - 939명, 청년부 - 455명 (장년 주일출석 약 2,406명)
이 두 교회의 주보에서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서울 장안에서 청년대학부가 활발한 대표적인 교회다. 출석현황에서 알 수 있듯이, 창천교회는 청년대학부와 구별되는 '목요쉽터' 모임을 통해 활발하게 청년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동안교회는 교회 자체 내의 청년대학부를 활성화하여 교회를 젊은이의 광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 두 교회의 청년대학부 모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연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교육책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얻어진 성장원인을 분석해보면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두 교회 모두 인터뷰 결과, 청년대학부의 성장 원인으로 담임목사의 목회철학을 가장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창천교회의 박춘화 목사는 오래 전부터 신촌 주변의 젊은 대학문화(연대, 이대, 서강대, 홍대 등)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교회 담 밖의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오랜 기도와 준비 끝에 젊은이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매개로 '목요 쉼터' 운동을 생각하게 되었고, 3년전부터 실시하였다. 그래서 지금은 '목요 쉼터'가 박춘화 목사에게 있어서 목회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안교회의 김동호 목사는 경희대와 외국어대를 비롯한 주변 대학교를 대상으로 한 청년목회를 결심하고 청년대학부에 집중적인 목회적 관심을 쏟아부어 교회성장을 이루었다. 김동호 목사는 자신이 어느 정도 청년대학부에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동안교회에 처음 왔을 무렵 청년부는 40명도 채 안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부 중심의 목회를 하기 위해 청년부만을 위해 일할 전담 부교역자를 초빙하였습니다. 우리 형편에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청년부를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부교역자에게 심방이나 교회 행정, 심지어 다른 어떤 잡무도 맡기지 않았습니다. 오직 청년부만을 위해 기도하고 생각하고, 또 열심히 일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전적인 책임을 맡겼습니다." 이처럼 담임목회자가 갖고 있는 교육목회 철학은 청년대학부를 활성화시키는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담임목사의 교육목회 철학이 설교를 통해 표현될 수밖에 없는데, 내가 동안교회를 방문하여 김동호 목사의 설교를 들을 때 이 교회는 정말 젊은이의 교회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게 되었다. 그는 "민주적인 교회"라는 제목으로 여러 주 계속되는 설교를 통해 개선과 개혁, 그리고 혁명이라는 세 가지 변화의 패러다임을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은 개선지향적 목회자였지만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개혁지향적 목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는 내용의 설교를 하였다. 설교 후에 김동호 목사는 내게 자신의 설교가 '도전적인 설교'라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단호하고 개혁지향적인 설교는 분명히 비판의식이 강한 청년들에게 설득력 있게 수용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두 교회의 청년대학부가 활발하게 성장하게 된 원인은 담임자가 갖고 있는 목회철학, 특히 청년대학부에 대한 깊은 애정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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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창천교회와 동안교회는 모두 청년들의 활동을 위해 우선적으로 공간을 배열하고 있는 특징이 있었다. 두 교회는 모두 최근에 교회건축을 완성한 뒤 교회 공각을 청년들을 위해 개방하고 또 우선적으로 그들을 배려하고 있었던 점이 두드러진다. 창천교회는 '목요 쉼터'를 운영하기위해 본당을 개방하여서, 매주 목요일이면 본당에서는 영화를 상영하거나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 공연을 갖고 있다. 한 번 생각해 보라! "교회 본당에서 그런 세상 것(?)처럼 생각되는 것을 연주하고 또 상영하고 있다는 것! '홍길동' 청년부를 갖고 있는 교회에서 그것이 가능한가?"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동안교회의 경우인데, 이 교회는 교회건축 전 교회설계에서부터 청년들을 배려하여 교회 지하에 약 150평 되는 체육관을 만들었고 카페와 극장 그리고 여러 개의 작은 대화방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것에 관해 김동호 목사는 하나의 일화를 들려주고 있다. "내게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아이가 고등학교 학생일 때였습니다. 그가 하루는 나에게 슬그머니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빠,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교회에 오는지 알아요? 농구대만 하나 있으면 돼요! 왜냐하면 농구대가 말을 걸거든요." 이렇게 해서 김동호 목사는 아들의 조언에 따라 청년들을 위해 체육관을 지었다는 것이다. 결국 두 교회는 청년대학부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교회의 공간을 청년들에게 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두 교회는 청년들의 요구를 적절하게 파악하여 그들의 요구를 교회 차원에서 프로그램화하고 있는 특징이 있었다. 우선 창천교회는 교회에 익숙하지 않은 비기독교 청년들, 특히 주변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특성화한 점이다. '목요 쉼터'에 참여하는 자들은 거의 비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자들이기 때문에, 교회당국은 그들에게 세속문화와 기독교문화를 동시에 접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기독교문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의도를 작고 있다. 창천교회 K교육목사는 "기독교문화와 세속문화가 크게 세 가지 발전단계, 곧 세속문화, 세속문화와 기독교문화의 공존, 기독교문화로 설정될 수 있는데, 이러한 세 가지 발전단계에서 창천교회는 첫번째와 두번째를 지향합니다"라고 소개해주었다. 결국 창천교회는 세속문화와 기독교문화의 공존을 청년들에게 경험케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기독교문화를 접하게 한 뒤, 교회 내의 청년대학부로 인도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창천교회가 불특정 다수의 비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선교적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특성화했다면, 동안교회는 각 대학교 내의 기독교 단체와 연계성을 확보한 뒤 대학문화를 교회문화와 연결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동안교회는 '학원복음화협의회'를 조직하여 대학교 내의 기독교 서클과 긴밀한 연계성을 가지면서, 서클의 지도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후원하고 또 서클의 지도자들은 교회에 관심이 있는 청년대학생들을 동안교회로 인도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점이다. 결국 두 교회는 청년 및 대학 문화를 교회와 연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혜를 모음으로써 청년대학부를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창천교회와 동안교회의 청년대학부 활성화 모델은 교회 내에서 비교적 만족스럽게 평가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차원에서 보완될 필요가 있음을 교회 당국은 인식하고 있었다. 예컨대, 두 교회 모두 청년대학부의 계속적인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으로서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의 수급'에 관한 것을 지적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계속적인 청년대학부와 발전은 능력 있는 교육전문가의 필요성과 함께, 담임목사와 교육책임자와의 협동목회(team ministry)의 필요성을 두 교회 모두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것은 창천교회의 경우, 청년대학부와 구별되는 조직으로서 '목요 쉼터'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요쉼터'를 통해 교회문화를 접한 청년들이 교회 안의 청년대학부 조직으로 들어와서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점이다. 매주 청년들이 약 5명 이상씩 청년부에 등록하지만 세속문화 또는 세속문화와 교회문화의 공존형태에 익숙했던 자들이 전형적인 교회문화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낙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창천교회는 '목요쉽터'와 청년대학부의 연계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두 교회의 청년대학부 발전모델은 모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대학가를 배경으로 이루어진 지역적인 특수성을 갖고 있다. 이것이 두 교회의 청년대학부가 활성화 되는 주된 원인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지역적인 특수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앞에서 지적한 담임목사의 교육목회관, 청년들에 대한 교회의 배려, 그리고 청년들의 요구에 적절히 응답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IV. 종합적인 논의와 제언
한국교회에서 청년대학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 숫자가 주는 의미보다 더 크다. 왜냐하면 한국교회는 일반적으로 이들에 의해 교회의 중요한 일이 수행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회학교의 교사나 성개대는 주로 교회의 청년들에 의해 구성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21세기 한국교회는 바로 이들에 의해 그 성쇠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 교회가 다시 젊은이 교회로 변화하느냐, 아니면 경로당 교회로 전락하느냐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청년대학부의 발전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국교회는 '홍길동'과 같은 청년대학부를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앞에서 우리가 살핀 바처럼, 본 글을 위해 임의로 선정된 네 교회의 청년대학부가 주는 의미는 한국교회의 청년대학부 활성화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네 교회가 주는 시사점과 이들 교회가 보완해야 할 점을 토대로 한국교회 청년대학의 활성화를 위해 그 활서와 방안을 다음 네 가지로 제안하고 싶다.
첫째, 한국교회 청년대학부는 기독교교육의 다양한 접근방법들을 실험적으로 실시한 뒤, 자기 교회에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창천교회는 '목요쉼터'라는 방법을 통해 기존의 청년대학부 및 교회공동체와 구별되는 비기독교인 목요공동체를 조직하여 기존의 신앙공동체와 연계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이싿. 이러한 시도가 궁극적으로 청년대학부의 활서와로 이어질지 아니면 '목요쉼터' 자체로 머물지는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담당 교육목사의 주장대로 10년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경우,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깉이 한국교회에서 가장 보편화된 기독교교육 형태인 '종교수업(religious instruction)' 모델에서부터 벗어나서 '신앙공동체(faith community)' 모델이나 발달 모델(developement model), 해방 모델(liberation model)과 해석 모델(interpretation model) 혹은 변형 모델(transformation model) 등의 다양한 형태의 방법들을 실험적으로 시도한 뒤, 자기 교회에 가장 적절한 모형을 집중적으로 실천할 경우 청년대학부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Jack L. Seymour & Donald E. Miller, eds., Contemporary Approaches to Christian Education : Approaches to Congregational Learning(Nashville:Abingdon Press, 1997) 참조]
둘째, '전통'을 중시하는 교회에서 청년대학부의 미진한 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자신의 전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요구된다. 예컨대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신학적으로 복음적이고 보수주의적 입장을 견지한다고 할 때, 그것은 다른 말로 기독교의 '전통'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상 많은 한국교회는 자신의 전통이 무엇인지, 교단의 전통이 무엇인지, 그리고 기독교의 전통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적 교회라기 보다는 교회 내의 주도권을 가진 집단의 이기적인 탐욕을 보수주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실정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보수주의적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왜곡된 보수주의적 입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교회의 분위기를 개방적으로 이끌 필요가 있다. 특히 비판의식이 강한 청년들에게 바른 교회의 전통을 가질 수 있도록 비판적 성찰(critcal reflection)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리라 생가고딘다. 이런 점에서 밀러(Donald E. Miller)가 초대기독교 공동체와 현대교회 공동체 사이의 '공동체 유비(analogy of community)'를 제안한 것은 적절한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Donald E. Miller, Story and Context : An Instroduction to Christian Education (Nashville:Abingdon Press, 1987), pp. 109~116]. 왜냐하면 초대 교회의 공동체는 유대교나 이방사회의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무비판적으로 거부하는 공동체였다기보다는 복음의 빛 아래서 유대전통과 이방전통을 비판적으로 수용 및 거부하여 기독교화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례와 성만찬, 교회의 직제와 같은 전형적인 교회의 '전통(Tradition:T)'과 개교회가 갖고 있는 독특한 전통(tradition:t) 사이의 비판적 대화(T - t)는 바람직한 교회의 전통을 전수하고 또 왜곡된 전통을 수정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기독교교육이란 "'성서적 앎'과 '신앙적 삶'을 적절하게의도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라고 할 때, 청년대학부는 기독교교육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집단임을 인식할 피룡가 있다. 다시 말해 청년에게 있어서 앎은 곧 실천이요, 동시에 실천은 곧 앎이라는 의미에서, '프락시스 접근(praxis approach)'이 청년대학부에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특히 필자가 제안한 바 있는 '테오프락시스 접근(theopraxis approach)'은 한국적인 상황에서 기독교교육의 실천을 위한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손원영, "기독교 교유과정론에 대한 비판적 연구: 'Theopraxis Approach'를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8). 왜냐하면 전통과의 대화적 실천을 중시하는 '의사소통적 프락시스(commuicative praxis)', 가난하고 소외된 자와 연대할 것을 중시하는 '해방적 프락시스(libeerating praxis)' 그리고 개인 및 공동체적인 영성의 실천으로서 '영성적 프락시스(spiritual praxis)'는 비판적 성찰과 행동을 동시에 중시하는 청년들에게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교회가 청년대학부의 활성화를 시도하려면 청년들이 몸을 바쳐 일할 수 있도록 보람 있고 구체적인 실천(praxis)을 격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S교회 대학부에서 수행하는 '농촌선교봉사활동'이나 동안교회에서 시행하는 에티오피아 및 중국 등의 '단기선교 프로그램'은 '프락시스 접근'의 차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기독교적 영성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교회 당국의 깊은 관심과 그에 따른 실천이 필요하다. 휴브너(Dwayne Huebner)와 그룸(Thomas Groome)은 기독교교육의 차원에서 '기독교적 영성'이란 "서로 낯선 것을 가깝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Dwayne Huebner, "Religious Metaphors in the Language of Education", Religious Education 80:3(1985):462; Thomas H. Groome, Educating for Life:A Spiritual Vision for Every Teacher and Parent (Allen, Taxas:ThomasMore, 1998) 참조]. 과거에 서로 낯설었던 교사와 학생을 친구로 변화시키는 일, 과거에 이질적이었던 기독교문화와 학교문화를 서로 가깝게 만드는 일, 서로 경원시했던 청년문화와 정년문화를 가깝게 만드는 일, 그리고 과거에 낯설었던 과목들을 서로 통합하는 일, 이런 "서로 낯선 것을 가깝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기독교적 영성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과거에 서로 낯설었던 하나님과 세상을 가깝게 만들기 위해 이 세상에 화육하셨기 때문이다. 앞의 교회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준 것처럼, 한 교회 청년대학부의 부흥이 담임목사의 목회철학에 크게 의존해 있다고 할 때, 담임목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담임목사가 "서로 낯선 것을 가깝게 만드는 기독교적 영성"으로 무장할 때, 그리고 담임목사를 따라 청년대학부원들이 '기독교적 영성'을 바탕으로 서로 낯선 이웃을 친구로 교회에 초대할 때, 한국교회 청년대학부의 미래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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