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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판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른바 '도롱뇽 소송'이라는 이름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행정행위로 말미암은 피해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행정소송의 당사자로 행정행위 때문에 실질적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환경 소송의 특성상 피해자가 있는 경우가 드물다. 즉, 이 소송은 처음부터 패소가 예상된 것이었으며 환경단체는 다분히 상징적 의미에서 제소한 것일뿐, 거기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는 비아냥을 하는 것은 본질을 모르고 하는 얘기임을 알고 있는가?
2.
절차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해, 결국 절차 흠결을 지적한 사람으로 인하여 공사가 중단되었다면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은 절차 흠결을 지적한 사람 때문인가 아니면 절차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한 정부 때문인가?
3.
달리 예를 들어, 정부가 절차를 무시한채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을 무너뜨리고 고속도로를 내기 위한 기초 공사를 하면서 "이 공사를 계속하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어마어마한 낭비가 초래될 것이므로 절차 흠결을 따지기에 곤란하다"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국가 경제를 고려하여 그냥 짐 싸들고 기쁘고 명랑한 마음으로 떠나 줄 것인가?
4.
'국책사업', '국가경제' 등을 내세워 기본과 절차를 무시하던 시대는 지난 세기로 충분하지 않은가? 이 일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본다 할지라도 그로 인해 반성해야 할 주체는 정부이며, 앞으로 규정과 절차를 무시할 경우 이와 같은 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야 할 주체도 정부다.
5.
지율스님의 단식으로 국책사업이 중단되는 선례를 만든다면 앞으로 너도 나도 단식을 통해 읍소를 할 것이라 걱정하는 당신은, 신념을 위해 100일 동안 단식을 할 용의가 있는가? 물 안에 포도당을 탔을 거라는 어이없는 가설을 세우는 사람도 봤는데, 그래, 물에 포도당을 타서라도 먹여줄테니 100일을 단식해 볼 의지가 있는가? 그런 거라면 나도 하겠다며 빈정대는 사람은 많으나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적다. 나무는 열매를 보고 안다는 말처럼, 그가 말하는 신념의 무게는 그가 보여주는 행동에서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거대 야당 총수가 '나라를 구하겠다'는 거대한 구호로 단식을 시작했지만 쌀뜨물을 깨작대다 며칠 만에 자연스럽게 병원으로 이동하는 수순을 따르는 것을 우리는 이미 보지 않았던가?
5에 덧붙여,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분신과 투신으로 노동계와 운동권이 암울했던 시절, 조직의 지령에 의해 분신과 투신이 이루어진다는 썰이 나돌았던 적이 있다. 심지어 간부가 옥상에서 떼밀었다더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썰은 썰일뿐, 또 그렇게 노동계와 운동권의 이름은 정체가 없는 소문에 짓이겨져 갔다. 오늘 지율 스님에 대한 구구하고도 다리없는 억측들을 보며 그때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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