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범인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여자'가 먹는 것이다...?
이름쟁이™ 님의 글
군대시절 실컷 먹고 싶었던 음식이 '여자'?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원본 기사 (생나무)
※생나무 : 기자가 송고는 했으나 데스크에서 정식기사로 채택하지 않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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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군대시절 휴가 나와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의 예를 들고 직접 입력할 수 있는 텍스트 창과 함께
"기타(or 난 여자)"라고 적어두었다면 거기에 중의적 의미 또는 의도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소나타 자동차의 헤드램프는 남성의 성기를 형상화 한 것'이라든가,
'모든 경찰의 자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경찰청장의 인삿말에 킥킥 대는 직원들의 생뚱함이 느껴진다.
중의적 의미니 의도니 하는 것도 문맥을 보아가면서 살펴야 한다. 유치한 음담패설의 한 종류인
'자지 말고 보지?'. '보지 말고 자지?' 따위가 중의적 의미로 통할지언정, 가수 노사연 씨의 히트곡 '만남'에서
"돌아 보지 말아"라는 가사를 음란하다고 문제 삼지 않는 것는 문맥 때문이다. 뜬금없이 저런 '보다' 동사의 어미 변환을 볼 때마다 여성의 성기가 떠오른다면 그건 작사가의 문제인가 아니면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의 문제인가?
2.
남다른 시각와 해석이 '잘못된 것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인지 아니면 '유별난 편견이나 집착에 의한 함몰'인지 구별하긴 힘들지만, 빈도면에서 후자가 압도적이다. 같은 장소에 가서, 같은 물건을 보고, 같은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반응들은 각자의 경험이나 직업, 생활환경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다.
(심리상태에서 따라 같은 그림과 같은 관찰자에게서도 여러가지 반응을 나타내는 점을 착안한 로르샤흐 검사법 같은 것도 그런 지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가까운 예로, 시트콤 '프렌즈'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죠이 : See, look. Women carrying the bag.
이거 봐. 여자들이 이 가방을 메고 다니네.
But it is odd how a woman's purse looks so good on me, a man.
근데 남자인 나한테 이 가방이 왜 이리 잘 어울리지?
레이첼 : Exactly. Unisex!
그건 유니섹스거든.(죠이는 '유 니드 섹스'로 알아들음)
죠이 : Maybe you need sex. I had sex a couple days ago.
(피식 웃으며) 섹스는 너한테나 필요하지. 난 며칠전에 섹스했거든.
레이첼 : No, Joey. U-N-I sex.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니, 죠이. 유 앤 아이 섹스라구!
죠이 : I ain't gonna say no to that!
(만면에 웃음을 띠며) 너랑 나랑(You & I) 섹스? 그거 좋지~!!
죠이의 상식 결핍증도 한몫 했겠지만, 평소 콘돔을 한 다발씩 상비하고 다니는 그의 섹스편력이 이 난감한 대화를 만드는데 필수적이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렇듯, '여자를 먹는다'고 표현했다며 분노한 누리꾼(기사상의 직장인 천주희 씨)의 통찰력은 달리 '여자를 먹는다'는 표현 자체에 익숙해져 있거나, 거기에 무의식적으로 강박감을 갖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가깝다. 즉, 순전히 객관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난 여자'라고 적어둔 사람은 오히려 순수한데 그것을 굳이 이상하게 해석하는 사람이 더 불순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욕을 좀 먹어야 할 사람은 있다. 기사를 쓴 이인우 기자, 그는 전말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이 기사는 해프닝이나 '주석의 부족' 방향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기사의 전체적인 방향은 이미 네이버&MBC가 '여자를 먹는 것으로 표현했다'로 단정하고 그것을 기사의 상품성(선정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악용했다. 스포찌라시나 좆선과 다를게 뭐가 있냔 말이다.
덧.
그 얘길 접하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나 그 기사를 읽은 다른 누리꾼들이 '먹다'는 표현에 자꾸 중의성을 개입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는 소리를 들은 이상, 아무리 애써 '난 범인을 모른다'고 마인드컨트롤 해가며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아 봤자 결말에서 김이 샐 수 밖에 없듯이......
덧2.
문제가 제기되자 네이버측은 '(or 답변자가 여성이면 기타란에 체크해주세요!)'라는 다소 장황한 주석으로 대체를 했는데, 그렇게 바꾸면서도 '별 이상한 사람들을 다 보네'하며 혀를 찼을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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