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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대소사에 대해 우리 어머니의 꿈이 들어맞는 경우는 오래전부터 종종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가, 꿈에서 꽃상여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신 것이다. 그 꿈을 꾸시고 어머니는 연로하신 할머니의 마지막 때가 다가왔음을 직감해 수의를 준비해두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신 건 우리 아버지였다.(어이 황미연, 황아연. 혹시 이거 읽게 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겐 암말 않는 것이 친족간의 평화를 도모하는 길인 걸 알지? -_-)/
그후로도 이런 저런 꿈을 많이 꾸셨고 이런 저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곤 했다. 어제 의료보험증을 가지러 집에 갔더니 식탁머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난 주말에 교회에서 부흥회가 있었는데 말야. 그날 낮에 내가 잠시 잠이 들었는데 꿈을 꿨어. 꿈에서 사모(목사 부인)님이 나와서는 대뜸 한다는 말이, '70만원을 가져오게' 하는 거야."
한술 뜨다 말고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갖다 줬어?"
"한참을 고민하다 누나(울 누나에 대한 호칭을 어머니는 '누나'로 하고 계심)한테 70만원 좀 빌려달라 그래서 결국 부흥회 감사헌금으로 냈지."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꿈에서 700만원 가져오라 그러지 않은게 다행이네."
"계속 들어봐. 근데 누나가 이번에 직장에서 무슨 팀이 바뀌면서 월급이 오를 것 같다는 거야."
"얼마나?"
"70만원."
"푸하핫... 아직 확실하진 않은 거네. 만약에 안 오르면 그거 개꿈이구만~ 에긍.... 그 교회 부흥회에서 엄니가 아마 최고로 헌금 많이 했을 거유."
"눈치를 보니 교회에 무슨 일이 있어서 목사가 외국 다녀올 모양이더라구. 돈이 많이 들겠지. 여력이 안되니까 부흥회도 하는 거고. 짜치니까(쪼들리니까) 도와줘야지."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을 듣고는 무슨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청년부 시절 오지 단기선교 비용을 충당하려고 입술이 바짝 마르도록 동분서주하다 마감직전에 한 또래의 도움으로 기십만원의 경비가 꼭 맞게 맞추어졌던 아는 형의 일이 생각났다. 내가 맘에 들지 않아하는 부흥회 '따위'의 헌금이라손 치더라도 '짜치니까 도와줘야지'하고 선뜻 돈을 내놓는 어머니의 마음에 대고 무슨 배짱이 있어 냉소하겠는가. 신약 교회 시절, 성도들은 사역자들이 교회에 도착하기 전에 연보를 하여 그 사역에 필요한 물질을 준비해두곤 했는데, 그런 모습에 비추어 이해를 한다면 못 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웃을까 울을까 망설여지는 이 마음은 어쩔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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