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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후 얼마 되지 않아 동기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심코 "학군단 새끼들은 치가 떨려"하고 말한 적 있다. 그날 밤에 그 말 한 것을 후회하고 몹시 괴로워했다. 내가 경멸해 왔던 것을 내 안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포털 뉴스 게시판은 여전하다. 경상도 지역에서 범죄가 있었다는 뉴스가 올라오면 여지 없이 '역시 경상도 새끼들은 다 죽어야 해'하고 글이 올라온다. 전라도 지역 범죄 소식이 올라오면 '전라도 새끼들 피는 못 속이지'하고 글이 올라온다.
경상도라서 그랬겠는가? 전라도라서 그랬겠는가? 그 글을 올리는 이가 개인적으로 경상도 출신에게 혹은 전라도 출신에게 어떤 몹쓸 짓을 당했는지는 모른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그에게 모든 지역민들을 가리켜 '개새끼'라 욕할 당위가 허락되지는 않는다. 그런 모습을 비판해온 내가, 군대 시절 지독히도 치를 떨었던 한 학군단 장교 때문에 "학군단 새끼들은 치가 떨려"라고 말한 것이다. 그게 부끄럽고 괴로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탈레오 규례가 그나마 '사랑의 규례'라 평가받을 정도로, 인간은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고자 하는 증오에 익숙하다. 그래서 논리의 비약을 무릅쓰고라도 넋두리와 비난을 보다 많은 이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것 아닌까 싶다. 전선(戰線)은 직선이 아니기에 먼저 싸울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함에도 치기에 못 이겨 분노에 못 이겨 아무 곳에나 칼을 휘두르고 총질을 해댄다. 부끄럽지 않은가?
자신의 감정을 상하게 것이 안티조선운동의 본체가 아님에도 굳이 거기에다 화풀이를 하는 것은 내가 저질렀던 말 실수와 다르지 않고, 뉴스 게시판의 더러운 입 배설과 차이가 없다. 왜 그 모순을 못 느끼는가? 왜 전선을 분별하지 못하고 스스로 연막을 치며 미친 칼부림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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