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reedyfox.com/bbs/zboard.php?id=board&no=1013
※ 이 글은 위 링크에 있는 "고달픈 발"라는 제목의 게시물로 트랙백 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 일요일에 로러가 짜증을 내자 로러의 아버지는 몰래 썰매를 타다 큰 돼지를 들이받았던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었었다. 그것처럼 내 어렸을 적 우리 아버지는 분위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도깨비와 씨름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버지 허리 양쪽으로 깊은 흉터가 몇 군데 있었다. 아버지 말로는 날카로운 손톱에 깊이 찔린 자국이라 했다. 당신이 젊었을 적 경북 청도에 살고 있었을 때 하루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외지에 일이 있어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다리는 이미 물에 잠겨 있었고 어디가 길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런데 별안간 험상궂게 생긴 도깨비 하나가 길을 막고 선 것이다.
"나와 씨름을 해서 이기면 보내주겠다."
비는 엄청나게 쏟아지는 가운데 둘은 허리를 붙잡고 씨름을 시작했다. 도깨비는 비겁하게도 날카로운 손톱으로 아버지의 허리를 찌르면서 밀어붙였다. 너무나 아팠지만 고통스러워 하고 있을 겨를도 없었다. 무작정 달려드는 도깨비의 힘을 이용해 엎어치기로 길가에 패대기쳤고 다행히도 급류에 휘말린 도깨비는 강 아래쪽으로 떠내려 가고 말았다.
도깨비는 사라졌지만, 몸은 점점 물에 잠기고 어디가 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발에 뭔가가 채였다. 건져 올리니 도깨비 방망이가 아닌가... 아버지는 당장에
'배 한 척 나와라, 뚝딱!'하고선 그걸 타고 집까지 왔다는........ 그런 얘기다.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 형제들은 흥분했다.
"방망이는!? 방망이는!?"
그때마다 아버지는 미련을 못 버린듯한 아쉬운 눈빛으로 허공을 쳐다보며 말씀하셨다.
"그만 물에 빠뜨리고 말았단다...."
그러고 나면 우리 형제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것이었다.
"쫌 잘 챙기지이이이...!!!!"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만우절 이야기꺼리였지만 와이셔츠 단추를 풀르고 이리 저리 돌려가며 상처 자국을 보여주시는 모습은 대단히 진지했었다. 도깨비가 아니면.... 그 상처는 언제 생겼던 걸까나.
(묘진랑 님 폭설과 발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생각이 났다.)
명 오늘 
명
PRINT Text
PRINT 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