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뉴스게시판에는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며 정부의 외교력 부재를 성토하는 글들이 무성하다. 4월경 피랍된 3명의 일본인이 오랜 협상 끝에 무사히 석방된 사건을 들어 하는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외교력의 문제는 아니다.
당초 일본 자위대 철군 시한으로 내건 3일이 지나면서부터 일본 언론과 시민사회에서는 정부의 무능을 꼬집기 시작했었다. 나아가 그보다 앞서 있었던 한국인 목사 피랍/석방 사건을 가리키며 며칠째 인질들의 안전조차 장담할 수 없는 일본 정부의 외교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뉴스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번 사건에 있어 피랍주체가 일본인 납치 건의 경우와 완전히 다르다. 그것은 일본인을 납치했던 무장세력이 수주일간 번번이 시한을 연장하며 협상에 목을 거는 듯한 인상을 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협상 진행 중에 고이즈미의 강성발언 파문도 있었지만 협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애시당초 철군이라는 명분보다는 돈에 집착한 대목이다. 그리고 결국 돈으로 인질들을 산 셈이 되었다.
(후에 일본 내에서는 인질이 된 당사자들에게 소요 비용을 물리라는 여론이 빗발쳤을 정도다.)
또 한편, 피랍된 일본인들은 각각 사회운동가, 자원봉사자, 사진작가로서, 명분상 목숨을 담보로 협박을 하기에 적절치 않았던 것임에 분명하며 이에 반해 김선일 씨는 미군 군납업체 직원이라는 가장 치명적인 핸디캡을 가지고 있었다.
(최초 참수 희생자인 닉 버그 씨는 전자장비 관련 사업가로서 전쟁 지지자였고, 폴 마셜 존슨 씨 역시 무기 관련 업체 직원이었다.)
자격지심에 일본의 외교력 운운 하는 것이겠지만,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된
'파병결정을 내린 국가'란 점에서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런 국가에 태어난 것이 죄라면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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