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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년 전엔 비웃음 당하던 '누리꾼'  
 리디  posted at 2005-11-28 18:54:38
4837 hits  16 comments
 http://reedyfox.com/fox NeWin reedyfox is level 38  llllllllll 
File #1 : 051128_Nuriggun.gif (5.9 KB)   Download : 29
 퍼머링크 : http://reedyfox.com/island.php/fox/1548  [복사]


본문 중 '누리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아무개 기사에 달린 댓글을 갈무리했다. '희한하네'를 연발하는 한 개그 프로그램의 꼭지처럼, '누리꾼'이라는 순화 신조어가 우리 생활에 상당히 녹아든 듯하다. 굳이 위와 같은 예를 들지 않더라도, '누리꾼'이라는 단어는 더이상 이상한 어감을 주거나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되려 '네티즌'이라는 순화 전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일 년 전만 해도 '누리꾼'이란 단어로 순화하는 게 옳은가 하는 논쟁이 벌어질 정도로 누리꾼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었다. '누리'가 '인터넷'의 의미를 전부 반영하지 못한다거나, '꾼'이라는 접미사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누리꾼'은 네티즌을 비하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심지어 '네티즌'에 담긴 정치사회학적 함의까지 심도있게 조명하며 '누리꾼'이란 단어는 너무나 경박하고 격조없다고까지 단언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리꾼'은 누리꾼들에게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의지적인 계몽 수준을 넘어 일상생활에서까지 두루 퍼져 있다. 아마 수년 내에 '누리꾼'이란 단어의 사용은 더욱 정착되어 우리 아랫 세대는 원래 '네티즌'이란 단어를 썼다는 말을 들으면, "조어 한 번 유치하네... 진짜 어색하다" 하고 반응할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한편으로, 이런 국어 순화에는 역시 매체의 힘이 크게 작용함을 절실히 느낀다. '누리꾼'은 이보다 앞서 순화된 '누리그물(인터넷)'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단어다. 그럼에도 '누리그물'이 대중에게 외면 당하는 것과 달리, 오히려 '누리꾼'은 정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차이는 매체의 지원에 기인한다. '누리꾼'은 처음부터 국어연구원과 제휴 관계에 있는 동아일보와 동아닷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모든 기사에서 '누리꾼(네티즌)'으로 병기를 한 것이다. 그것이 한겨레 신문으로 퍼졌고, 지금은 많은 매체에서 병기 없이 '누리꾼'을 사용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누리그물'은 동아일보와 동아닷컴에서도 사용되지 않았다(그 이유를 추측해보면, '인터넷'이라는 단어 자체가 국경을 넘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우리 나라에서는 확고한 외래어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원어 표기를 밝혀 읽고 쓰는 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누리그물'은 여전히 낯설거나 들어보지 못한 단어이고, 아주 일부의 블로그에서만 간간이 눈에 띌 정도다. 이런 사실을 볼 때, 국어연구원의 '우리말 다듬기' 사업은 순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대중에게 알리고 전달하는가 하는 문제에도 상당한 관심을 쏟아야 함을 알 수 있다(아울러 왜 매체에서 '누리꾼'과 '누리그물'에 상이한 태도를 보였는지를 적극적으로 밝히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누리꾼'이라는 단어에 대한 논쟁과 비난, 그리고 그 정착 과정은 대상에 대한 편견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그것이 어떻게 제거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어색한 단어였던 것이 단지 자주 눈에 띄었다는 것만으로 더이상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되어버렸다. 편견은 많은 것을 가로 막는다. 가능한 것, 그리하여 더 좋게 바뀔 수 있는 것을 내 눈의 장애물 때문에 막고 꺾고 있는 건 아닌지 모두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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