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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고 있는 연인의 양쪽 집안이 모두 친해서 마치 가족이나 살가운 친척 같이 지내는 경우가 있다. 여자가 남자 친구 집에 놀러 가면 그이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어, 수진이 왔구나.' 하곤 별 대단치 않다는 듯이 계속 신문을 보거나 텔레비전으로 눈을 돌리는 식이다. 냉장고에서 직접 쥬스를 꺼내 꿀꺽꿀꺽 마시기도 하고 가스렌지를 켜서 무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대뜸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 친구 어머니 옆으로 가서 같이 깔깔 거리며 드라마를 보는 것도 자연스럽다.
이런 분위기를 머리 속에서 떠올리며, 드물게는 직접 보고 들으며 많이 부러워해왔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유대관계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집과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기준으로 그 안에 지내는 '나'와 그 바깥 세상에 연출하는 '나'의 모습이 수렴하여 만날 수 있도록 한 둘 사이의 믿음, 소통에 매료되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에서 가족들과 신앙적 공감을 나누는 이들 역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내 친구 양양은 같이 있을 때 가족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거개가 집과 교회를 공통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청년부 모임이 있었는데 이랬어, 찬양집회를 인도했는데 저랬어, 기도회는 어떠했고, 요즘의 신앙생활은 잘 되어가고 있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부모님과 여동생, 남동생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소통이 있기에 가능한 게 아니던가. 주제가 신앙이든 연애든 마찬가지인 것이다.
어머니께서 일을 그만두신 이후로 집에 계시면서 식탁위에 독서대를 놓고 성경을 읽으신다. 그전에도 교회를 나갔다. 지금도 교회를 나간다. 하지만 이젠 일수도장 찍듯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마냥 목사의 주술처럼 복 주시는 분으로만 알고 있던 하나님을 좀더 자세히 알고 싶으셨다 한다. 그래서 성경 옆에는 두터운 해설서도 놓여있고 공책에도 이것저것 잔뜩 써내려가신다.
그 모습에 자극을 받아 요즘(이라기엔 꽤 장기간) 냉랭해져 있던 나도 구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여호수아서를 읽고 있다. 장수 채우기, 몇 회독 하기 식의 불순한 목적없이 편한 맘으로 읽으니 전에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들어온다. 새로운 것들을 알아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로가 읽은 성경내용에 대해 어머니와 내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예전에 우리 집안과는 인연이 없어보이던 그 풍경이 하나씩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아직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이제까지 늘 '교회에서만의 일'이었던 것들이 일상에서 와닿는 느낌은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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