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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의 파업(?)과 관련해 왠일로 노동계가 조용하나 싶어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오마이뉴스 독자의견란에서 근사한 글을 발견했다. 모름지기 삶의 한 분야를 알려면 상당한 부대낌이 필요한데, 이 글만을 읽고서도 가슴에 느껴지는 게 무척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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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미상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 '물류대란'이라는 말이 또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5월 1일부터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포항지부 화물차들이 파업에 들어가 철강수송이 중단되면서 일이 터졌습니다. 철강수송이 안 되니, 자동차, 조선 등 관련산업들이 안 돌아가기 시작하니 처음에 협상이란 없다고 거드름 피우던 정부와 화주가 협상에 임하기로 합니다.
옛날 대우자동차 공장근로자들 개 패듯이 패서 진압했고, 롯데호텔 계약직 직원들 기둥서방이 창녀 다루듯 머리끄댕이 잡고 끌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위대한 경찰이 일자무식군들의 집단 화물트럭운전자들 까짓거 북어자반 뜯듯이 퍽퍽 때리고 밟아서 진압해 버리면 될 일이긴 하겠습니다만......
그럼 물어보겠습니다. 정말 화물차 기사님들 그렇게 개 패듯이 패서 끌어내면 속 시원하시겠습니까? 물론 화물차의 과실로 가족이나 친지를 잃는 피해를 당하신 분들께서는 그럴 수 있을 겁니다. 화물차 기사님들의 곤조로 차를 파손당하신 경험이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게다가 화물차 기사님들......물론 핸들만 잡으면 무법자로 돌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화물차 기사님들 결혼 일찍 하신 분들 많습니다. 화물차 기사님들이 결혼을 일찍 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일찍 해서 생활을 하려다 보니 이회사 저회사 전전하는 것보다 화물트럭 운전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뜻이죠.
장성한 아이들의 아버지들일 화물차 기사님들 개 패듯이 패고 최루탄 몇 방 먹여주는 거야 대한민국 경찰로서는 아주 쉬운 일이겠지만, 한 가정의 가장을 그런 식으로 대하려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에 수많은 '대란'이 언론을 장식하지만, 물류대란만큼 사건이 터지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게거품 물다가 어리버리 해결되고 나면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는 대란이 또 있습니까?
의료대란...금융대란...모두 신문에서 게거품 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그리고 이들 대란은 좀 더 뜯어보면 누군가가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데 그 기득권을 빼앗길 까봐 몸을 사리는 어떤 행위를 수반합니다. 하지만 화물차기사님들의 시위는 좀 다릅니다. 이들은 기득원을 빼앗길까봐가 아니라, 생존권을 빼앗길까봐 시위를 하는 것입니다.
이번 화물차 운전자들의 파업...알고 보면 뻔합니다. 경유가격은 상승했는데, 운임은 그대로...거기에 화주는 점점 높은 서비스수준을 요구합니다. 신문을 읽는 독자는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정말 화물차 운전하는 사람들 돈을 100만원 밖에 못 버나......
프랑스 혁명 직전 마리 앙뜨와네뜨가 했던 명언이 있죠. '백성들이 왜 빵이 없어서 굶고 있지? 빵이 없으면 비스켓을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여러분은 화물차 기사님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하도급이 이루어질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고, 화주가 3자물류업체를 통해 차량을 수배할 경우에도 화주가 짠돌이면 충분히 운전자 순수입 100만원 나오는 것이 한국 화물트럭운전자들의 현실입니다.
그럼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알려 드릴까요?
보통 우리나라 대부분의 화물차는 '지입'이라고 해서 고객사와 계약을 맺고 월정액을 받아 일하는 경우가 있고, 이른바 '용차'라고 해서 용달차 빌려 쓰듯 화물차를 양재동이나 군포 등지에서 곧바로 빈 차 아무거나 섭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도로에서 보시는 'XX마트', 'XX주식회사', XX택배' 이런 마크 달고 다니는 차량들...대부분 차량은 운전자 개인의 차량이고, 그 차량을 해당기업에서 섭외하여 월정액을 주고 부리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지입이죠. 따라서 지입차량은 어지간해서는 해당기업의 물량 이외의 화물을 가지고 영업할 수 없습니다.
용차는 완전히 FA, 즉 Free Agent입니다. 차량은 운전자 개인소유...따라서 하루에 몇 건의 화물운송을 취급하느냐가 용차기사의 한달 생활의 질을 결정합니다. 용차는 보통 운임을 받고 서비스를 해 준 다음, 나중에 돌아올 때는 서비스를 해 준 근처에서 운 좋게 화물을 잡고 올라와야 하는 입장입니다. 만일 서비스를 해 준 곳에서 화물을 못 잡으면 올라올 때는 고스란히 공차로 올라와야 하는 것이 용차의 현실입니다.
여기까지 이해가 되셨으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입차'입니다. 예를 들어 포철에서는 우리나라 유수의 화물트럭운송업체인 한진, 동방 등과 계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이들 화물트럭운송업체들은 자기네가 트럭을 사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트럭을 사면 월정액을 주고 부리는 이른바 '지입'을 하여 차량을 확보합니다.
이 과정에서 화주와 계약을 맺은 화물트럭운송업체들이 직접 지입을 하면 별 문제가 없는데, 이들이 지입을 할 때는 자기네 필요에 맞는 차량을 섭외해 줄 수 있는 Agent를 또 이용합니다. 이들 Agent는 당연히 화물트럭운송업체가 지불하는 지입료 중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고 화물트럭을 섭외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실질적으로 화물트럭운송업체가 화물차 지입료로 지불된 돈에서, Agent가 그 중 얼마를 챙기고, Agent는 그것을 뗀 나머지로 차량을 운용해야 합니다.
자 그럼 애시당초 화물트럭운송업체가 주는 지입료가 운전자의 복지를 최대한 감안한 금액일까요? 천만의 말씀!
깎습니다. 그야말로 남는 게 없어 보일 때까지 깎습니다. 화물트럭운송업체 입장에서는 원가관리를 해야 하므로 당연히 조금이라도 뭔가 과다지출되는 것 같다 싶으면 차량을 섭외해 준 Agent들에게 지급할 지입료를 낮춰야 합니다. Agent는 이것을 받아서 자기네가 챙기고 화물트럭기사에게 줘야 하므로 당연히 화물트럭운전자가 최종적으로 받는 돈은 형편없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깎는다고 하면...Agent들은 무엇부터 깎겠습니까? 당연히 타이어 교환비...오일 교체비...운전자 급여 등부터 깎아 나가기 시작합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나 차량할부금은 빼도 박도 못하는 것이니 못 깎는다고 해도......이러니 운전자가 실질적으로 받는 돈이 100만원도 안 나온다......실제로 가능한 일입니다.
그럼 결과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차량정비비 깎아 버리니 야메로 정비를 받게 되고, 예방정비 소홀해지니 트럭운전자는 트럭 고장나 버리면 화주한테 되레 큰소리칩니다.
화주 : 급한 물건이 있는데 빨리 좀 실어 주세요!!
트럭운전자 : 나 지금 차 고치고 있거덩? 딴 데 알아보슈~~(씨바스키들 차량정비비도 안 내놓는 주제에 감놔라 대추놔라야? 일 없다 개너무스키들아!)
타이어 교환비...이런 거 깎아 버리니 재생타이어 달고 다니다가 사고납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물론 깎을 수 없는 돈이긴 하지만 월정액 받아서 맞출 수가 없으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서로 바꿔치기해서 통행료 아낍니다. 전세계 일류기업들 이른바 CRM이라고 해서 우량,우수고객들한테는 혜택을 주려고 하는 것이 유행인데, 고속도로 가면 우리는 항상 만인앞에 평등한 모습을 봅니다. 매일 하루 두세번씩 도로 이용하는 사람이나 한 달에 한 번 놀러갈 때 차 이용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내는 고속도로 통행료......하루에 몇 번씩 고속도로 통행료 내는 이들에게 할인 더 해달라는 요구가 그렇게도 얼토당토 않아 보입니까?
운전자 급여...집에 가지고 들어가는 돈이 적으니 운전자가 행여나 Dedicate 서비스를 해 주겠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서울과 부산같이 장거리를 왕복할 경우, 보통 트럭운전기사가 두 명 있어야 합니다. 서울기사가 차를 몰고 부산 내려가면, 서울기사는 부산에서 자고 부산기사가 그 차를 몰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화주가 비용을 아끼면 장거리 운송이라도 기사 두명을 쓰지 못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한 사람의 기사가 하루에 13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야 하므로 기사 몸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트럭운전은 육체노동입니다. 직업여성들도 13시간동안 손님 받으라고 했다면 여성잡지에 자투리 기사라도 나갈 겁니다. '그들은 짐승처럼 날 부렸다고......' 트럭운전기사들이 이런 현실에 있다는 사실 아시는 분 많지 않을 겁니다.
이런 트럭운전자 데리고 On-time Delivery를 해라...친절해라...서비스마인드를 가져라. 난폭운전 하지 마라......정말 女根 껌씹는 소리입니다.
사실 화물트럭운전자들의 파업은 올해 들어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뉴올리안스항에서 자가트럭운전사들이 파업했다가 최근 철회했고, 인도에서는 270만 대의 화물트럭이 멈추어 버려 약 10일간 인도의 화물운송이 거의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기왕에 일 터진 거 좀 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화주들...툭하면 우리나라 경제의 대동맥 어쩌구 하는 개소리들 하는데, 솔직히 여러분들 공익광고 보시면 철강 시뻘겋게 나오는 화면 뒤에 안전모 쓴 작업자가 땀 훔치고 화물트럭 왔다갔다 하는 장면들 꼭 나오는데, 저는 여기에 화물트럭 왔다갔다 하는 장면 나오는 것 자체가 불쾌합니다. 공익광고에 나오기만 하면 뭐 합니까? 정작 그들은 그래도 우리나라 물류의 최일선이라는 마음 조금이라도 가지고 일하고 싶어도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을......
화물트럭운전자들이 다단계 알선을 철폐해 달라...고속도로 통행료를 인하해 달라...경유세를 인하해 달라...정말 생존권 차원에서 요구하고 있는 사안들마저 현재 정부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훨씬 더 '먹고 살만한' 지하철이나 신용카드사, 정유사들 요구는 곧잘 들어주는 정부가 우리나라 산업의 대동맥이라고 추켜세우고, 동북아 물류기지 비전까지 꿈꾸면서 화물트럭운전자들을 대해주는 모습에 여러분들은 분기탱천하지도 않습니까?
저 역시 운송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화물트럭운전자들의 행태...위협적이기는 하지만, 요 근래 보기 힘들었던 '정말 단결하지 않고서는 생존이 흔들리는 이들'의 투쟁이라는 점에서 '배부를 만큼 배부르지만 밥그릇에 금칠하기 위해' 단결하는 다른 산업의 노사분규와는 다른 모습을 느껴 보십시오. 올해는 화물트럭운전자들의 파업이 전세계적으로 유행이 되고 있는 해입니다.
육상교통에 볕들 날 있기를 빌며...... 이만 적습니다.
아참,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화물차로 인해 가족이나 친지를 잃은 경험이 있으신 분들......그런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그런 분들의 분노가 지금의 화물트럭운전자들의 분노를 정당화시켜주지 못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의 분노는 보험업계와 의료인들 사이의 연결관계 등을 볼 문제지 화물트럭운전자들이 지금 요구하고 있는 알선제 폐지와 경유가격 인하, 통행료 인하 등과는 상관없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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