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내가 쓰는 글이 맛이 없다.
(그럼, 옛날엔 뭐, 글을 맛있게 썼냐?
)
이유가 뭘까..
부실한 식단 때문인가..
빈약한 인간관계 때문인가..
단순한 생활패턴 때문인가..
영감(靈感 or 영감탱이?)이 없어서인가..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음식 맛을 잘 못 느낀다.
음식의 맛은 미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향이 같이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글의 맛은 무엇을 통해 어떻게 느껴지는 걸까..
뇌의 혀는 글의 색깔(視), 글투(聽), 표현의 매끄러움(觸), 논리(知)와 같은 지각을 좌우하는 감각 부분을,
뇌의 코는 글의 향기(嗅), 감정(情)과 같은 정서적인 부분을 느끼고
이들이 통합적으로 어우러져 글의 맛을 결정하는 것이라면
요즘 내가 쓰는 글의 맛이 떨어진 이유는
나의 정서적 피폐함으로 인한 글의 향기와 감정의 부재로 뇌의 코를 만족시켜 줄 수 없기 때문이리라..
라고 하면서도 내심 "영양부족과 급격한 기후변화로 뇌가 코감기에 걸린 것일 뿐" 이라고 자위하지만
너무나 정갈한 식탁의 맛깔스런 글을 보고 내 뇌의 코는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할 때면
나의 빈약한 식탁위의 음식 조형물과 같이 향기없는 글에 좌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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