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그럴 듯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비꼴 때 종종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 "말하기는 쉽지." 말하기는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자기가 말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크리스찬들의 믿음이라는 것이 실존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자주 생기는 것도 그것 때문인 것 같다. 정재후 목사가 이런 설교를 했었다.
"87년 6.29 선언이 있기 얼마전 데모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제 친구들도 여럿이 그 시위행렬에 가담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직격탄에 맞아 얼굴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심지어는 실명까지 하게 되는 모습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저도 그렇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설마 내가 다칠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두려웠습니다. 왜냐구요? 나는 나거든요. 나라고 다치거나 죽지 말란법이 없었단 말입니다.
그런데요, 그 시위의 선두에 섰던 사람들은 막시스트들입니다. 막시스트는 무신론자요 유물론자입니다. 한 번 죽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올바른 것, 정의를 위해서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달려나갑니다. 하지만 전 어땠는 줄 아십니까? 크리스찬들은 어땠는줄 아십니까? 하나님을 믿고 영생이 있다는 크리스찬들은 도리어 죽음을 두려워하고 불의 앞에 침묵하기가 예사였습니다. 여러분, 이건 역설아닙니까?"
정말 역설이다. 단 하나의 생명뿐이라 믿는 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영생이 있다는 이들은 죽음 앞에 구차해지고 비굴해진다는 것. 그게 신앙은 아닐텐데 말이다.
2월 2일자 한겨레 신문에서 기사 몇줄을 인용해 보았다. 한창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협에 관련된 얘기다.
95년부터 5년동안 단 한 경기도 빠뜨리지 않고 출전해 지난해까지 635경기 연속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그라운드의 철인 최태원..........(중략).........최태원은 1일 선수협 회원이라는 이유로 팀 동료 15명과 함께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1월치 월급을 받지 못했다. 물론 탈퇴한 통료 네 명 등 선수 37명과 구단 직원은 이날 급여를 받았다. 팀 주장인 그는 지난 달 21일 선수협 창립 이후 "우선 팀 문제를 해결하고 선수협은 그 뒤에 생각하자"는 구단과 야구위의 집요한 압력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구단은 " 너 하나의 고집 때문에 우리 팀 인수가 물거품이 되면 동료들이 모두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로 그를 심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명확했다.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이 분명히 보이는데 어떻게 옳은 길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2000. 2.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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