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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 언어 폭력이 문제가 아니다
병장은 일이등병보다 일을 잘 한다. 삐대거나 짱박혀서 문제지, 둘을 똑같이 세워놓고 작업이든 훈련이든 행정업무든 일단 맡겨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짬)밥을 먹으면서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훈련과 업무는 어떤 식으로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눈이 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부들도 웬만하면 밥 좀 되는 애들과 일을 하고 싶어한다. 밥 안되는 애들과 뭘 좀 하려고 보면 자기가 더 피곤해질 뿐더러 뜨악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큰 걸 아는 탓이다.
(사회도 마찬가지.... 회사에서 괜히 경력자를 원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가끔씩 상병 꺾이고
(24살에서 25살로 넘어가는 걸 '20대 꺾인다'고 한다.) 병장 달고서도 아직 중대 돌아가는 것도 파악 못하고 훈련내용이나 주특기별 임무를 숙지 못하는 녀석들이 있다. 이렇게 계급에 맞지 않게 어리버리대는 녀석을 가리켜 '짬밥을 똥구멍으로 쳐먹었다'고 말한다. 웬 군대 얘기냐고?
아무개 당의 정책위의장인 맹형규 의원이
'사병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총기 난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현재 대략 3~4만 원 수준인 사병 월급을 6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여당도 여기에 편승하는 분위기다.
이 기사를 읽고 짜증이 솟구쳤다. 벌써 3선인 맹형규 의원, 그러니까 국회밥을 10년 넘게 먹었다는 건데, 그런 그가 하는 짓이 꼭 국회밥을 똥구멍으로 쳐먹은 것마냥 어리버리대고 있기 때문이다.
디카를 예로 들어보자. 디카 제조사인 '손히'에서는 매출이 신통치 않자 홍보전담팀을 구성해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홈쇼핑과 공중파를 통해 야심차게 때린 광고가 다음과 같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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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장사 잘 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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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배터리 따위)을 무료로 제공하여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야지, 무슨 뾱뾱이 같은 '덤'을 다섯 개 열 개를 준들 매출에 도움이 되겠는가 이 말이다. 그런데 지금 맹형규 의원을 위시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하겠다는 게 바로 이거다.
뾱뾱이 대잔치......
설명이 더 필요한가?
첫째, 군대는 월급 보고 들어가는 곳이 아니다. 여러분 중에 군대서 열심히 해가지고 한 밑천 모아온 분 계시면 연락 주시라. 월급 3만원으로 하는 재테크 상담이나 함 받아보자. 처음부터 국민개병제하에서 사병 월급의 액수가 많고 적음을 떠나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3만 원 준다고 불량 감자들이 모이는 것도 아니고 10만 원 준다고 우량 감자들이 모이는 게 아니다. 월급 액수의 고저는 우수병력 선발유인책이 되지 못한다.
둘째, 징병된 병사들에게 월급 몇 만 원 많고 적음은 그들의 사기와 하등의 연관성이 없다. 지금 사병들이 일당 천 원꼴로 받으면서 군생활 한다고 기죽어 있다가, 나중에 일당 삼천 원 나오면 막 기분이 좋아지고 밖에 휴가 나가서 자랑하고 그럴 줄 아는가? 직장 다니는 친구들이 퍽도 부러워 하겠다. 일당 천 원이든 일당 삼천 원이든, '아..... 내가 이거 받고 2년동안 여기서 좆뺑이 치는 건가' 하는 자조섞인 기분을 해결하지 못한다.
월급 인상이 총기 난사 사건의 재발을 막아주리라는 기대는 차라리 잠꼬대에 가깝다. 월급을 10만 원으로 올려봤자 변하는 건 없다. 김 일병이 수류탄 안전핀을 제거하고 내무실 안에 던져 넣으려는 순간, '아, 맞다. 월급을 10만 원씩이나 받는데, 내가 이러면 안되지.' 하고 안전핀을 도로 꽂아 넣는 감동의 드라마라도 상상하시는 건 아닌지, 국회의원들 심히 걱정된다.
이런
'가시적이나 무익한 대안'일랑 제발 집어 치워라. 차라리 지금 월급을 2만 원으로 도로 깎아 버리고, 그 돈으로 재원을 마련해 특수지 근무자를 선발채용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이런 채용공고는 어떤가?
제1기 GP병 채용공고
# 연봉 : 1,200만 원
- 공제 세액 전혀 없음
- 각종 수당 포함된 금액임
# 복무 기간 : 2년
- 본 복무로 병역이 대체됨
- 숙식 및 부식 제공, 철따라 옷까지 알아서 챙겨줌
- 훈련소 5주 포함
- 단, 훈련소 평가가 불량할 경우 채용결정이 취소될 수 있음
# 학력 제한 : 고졸 이상
# 제출 서류
- 고교장 추천서 1부
- 전학년 성적증명서 1부
- 고교 생활기록부 사본 1부
아마 지원자가 폭주할 것이다.
실한 청년들이 물밀듯이 밀려들 것임을 보증한다. 기왕 해야하는 군생활 2년이라면 연봉 1,200 받으면서 빡씨게 하고 오지 않겠는가. 나라도 그쪽으로 지원하겠다. 이렇게 되면 지원자들이 군생활의 스트레스에 대해 스스로 견뎌낼 수 있는 의지가 생기게 되고, 군은 그렇게 자발적으로 준비된 자들 중에서 우수한 자원을 골라 뽑을 수 있으므로 전투력의 질은 배가 된다. 김 일병 같은 사람은 처음부터 실탄을 만질 수 없도록 걸러낼 수가 있는 것이다.
(후방 부대는 어짜피 실탄 만질 일이 별로 없다. 후방 부대의 초병이 총 들고 훗까시 잡고 있는 거, 다 공포탄이다. -_-;;)
일반 사병들 월급을 2만 원 깎으면 사기저하가 우려된다는 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걱정 붙들어 매시라. 3~4만 원 하는 월급, 단돈 만 원으로 깎았다고 비관 자살하거나 탈영할 사람 한 명도 없으니까.
말마따나 군대에 끌려와 시커먼 남자들만 드글거리는 철조망 안에서 2년을 지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좆같은데, 돈 몇 푼 더 준다고 사기가 올라가나? 택도 없다. 그 돈 있든 없든 아무도 신경 안 쓴다.
앞으로 일정 수 이상 자녀를 낳으면 출산보조금을 지급한다는데, 그거 몇 십만 원 받을 목적으로 안 낳을 애를 낳기로 할 여성은 없다. 아이를 갖는다는 건 몇 십만 원 보너스로 감당이 안되는 무시무시한 육아비, 교육비 기타 등등의 감당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보너스 받겠다고 다짜고짜 예정에 없던 아이를 갖는 사람이 더 이상한 거다. 그래서 군대 용어로 '복지부 삽질하네' 하고 말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월급 얼마 올려준다고 해서 징병된 사병들의 사기가 올라갈리 만무하다. 이번과 같은 사고의 재발을 그런 식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은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단단히 착각한 것이다. 왜 이 명료하고 단순한 사실을 못 깨닫고 저리 어리버리한 짓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진짜 국회밥을 똥구멍으로 쳐먹었나? 국회에서 일하시는 두호리 님한테 한 번 관찰해보십사 진지하게 여쭙고 싶어진다.
덧.
그냥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이번 사건의 원인이 김 일병 자신에게 있고 그러한 문제 사병이 실탄을 자유로이 다룰 수 있는 곳에 방치되었다는 것이 사건의 배경이며, 그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 징병제의 현실이자 한계라면, 앞에서 말한 식의 부분적인 사병선발채용도 과도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GP를 예로 들자면, 우리나라 비무장지대에는 약 백여 개의 GP가 있다고 한다. 40명이 1개 소대를 이루고 이런 소대 3개로 이루어진 중대가 1개 GP를 맡는다고 가정하자. 1개 소대가 GP에 투입될 때 다른 2개 소대는 철책 근무를 서며 주둔지 역할을 한다. 그러면 100 개 GP와 그 후방 철책 경계부대에는 총 12,000 명의 병력이 투입된다. 이들을 모두 연봉 1,200만 원을 주고 선발채용 한다면 총 1,440여억 원이 소요된다. 이 금액은 대한민국 모든 군인의 현재 월급에서 2만 원을 까면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징병제가 철폐될 전망이 요원하면, 장기적으로 병역기부면제제도를 도입해 볼만도 하다. 이상한 놈한테 총들려서 사고치게 하는 것보다 그 돈으로 제대로 된 군인을 뽑아 애꿎게 목숨 잃는 사고 막는 게 더 낫다. 병력도 차차 줄여가면서 선발채용 비율도 늘려가면 어느 정도 균형이 맞을 것이다. 그래도 재원이 부족하면 병역면제자(여성 포함)를 대상으로 일정기간 방위분담금을 물리는 방법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천하보다 귀한 게 사람 목숨이라는데, 월급 3만 원 주고 아무렇게나 뽑아 놓은 미친 놈 때문에 이렇게 가버린 청년들,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덧2.
험한 말이 많이 등장해서 죄송하다. 군대 얘기할 땐 어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해 하시라.
명 오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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