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에반게리온을 처음 봤을때 화려하고도 신선한 디자인의 에바 메커닉과는 달리
도무지 유치원생의 낙서 수준인 사도의 모양새와 채색에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결국 사도란 존재 자체가 안노 감독의 철학적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에 불과하다는 반증 아니겠냐고.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모노드라마였던 TV판 25, 26화를 보고난 이후에도, 제작비의
압박과 방송사의 종영압력을 이겨내지 못한 가이낙스의 형편을 생각해줄 여유는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극장판 '데스 앤 리버스', '엔드 오브 에바'를 모두 보고난 지금, 그동안 이녀석을 보기
위해 소진했던 시간이 아까워 어이가 없음이다. 뭐냐. 원데는 차라리 90분으로 상황을
끝내지 않았는가. 에바, 이 괴물같은 녀석은 도대체...... 애니의 소칼이란 말이더냐.
내가 보기엔 신지는 폐쇄성 정신장애를 가진 소년에 불과하며 안노 감독은 이 환자를
소재로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그러나 대단한 악필의 관찰소감문을 쓴 셈이다. 이게
작품성있는 애니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나는 변기에 배설해 놓은 오물을 가지고 예술적
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해도 하등 양심에 찔리지 않을 것이다.
덧1. 안노감독의 인터뷰를 보라.
"안노히데아키가 인터뷰시에 분명히 밝힌 일입니다. 처음 인류 보안계획을 생각해
냈을때는 나중에 어떻게 생각이 나겠지 하고 만든 것이랍니다....
(방영이 어느정도 지난 시점까지..;;)
상상의 날개를 펴보았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 출처 :
http://eva-zzang.pe.ky
덧2. 에바라는 애니가 에로티시즘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 역시 대단히
불편하다.
덧3. 에바의 캐릭터 상품역시 (더이상) 곱게 보이지 않는다. 입이 찢겨진 채 죽음을
맞이한(또는 했다고 하는) 소년 이승복 피규어를 만들어 판다면 느낄만한 기분과
유사하다.
덧4. 애시당초 자신만의 은유로 영화를 가득채울 생각이었다면 '데스 앤 리버스'의
절반이상을 TV판 짜집기로 채우진 않았겠지. 애시당초 제대로 할 이야기가 있었다면
데스 앤 리버스의 1/3 이상을 '엔드 오브 에바'에 고대로 옮겨놓진 않았겠지.
덧5. 씨디가 아깝다.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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