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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보기 힘든 전문 월간지 가운데 'Jurist'라는 잡지가 있습니다. 옛날에 '판례월보'라는 이름으로 나오던 책인데,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하급심 판례와 함께 법학 분야의 글이 실리는, 법률실무가들과 법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두루 보는 월간지 입니다. 전문지라서 일반인이 볼 일이 없을 텐데, 이번 2004년 2월호에 서울대 법학과 명예교수 김철수의 글이 실린 것을 함께 읽고 이야기해 보고픈 마음에 옮깁니다. 헌법학자 김철수는 관련된 공부를 하셨던 분이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없는 한국 헌법학계의 태두라 불리우는 사람입니다.
일전에 애매하게 글을 올려 애꿎게 마음 상하게 해드렸던게 죄송해서 진작에 허락 받고 올립니다. 법 얘기야 남의 일인 분이 많으시겠지만 선거구와 관련한 문제는 당장에 이슈이기도 하고 4월 선거에 선거권을 행사하시는 분들의 이해관계와 이어지기도 하니 문제의식을 갖고 읽어보시면...재미없지만 좋을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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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획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효력>>
헌법재판소가 지정한 2003년 12월 31일이 지남으로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상의 국회의원선거구규정은 효력을 상실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10월 25일 선고에서 국회의원선구구구획은 인구편차가 3:1을 넘어 국민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임을 밝혔다. 그러나 즉시 위헌선언을 하게 되면 그 선거구에 근거하여 당선된 국회의원의 선거무효와 당선무효를 가져오고, 재선거와 보궐선거를 할 수 없는 법적공백상태가 올 것을 우려하여 2003년 12월 31일까지 적용을 인정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이 헌법불합치결정은 국회에 대하여 이 법률을 2003년 12월 31일까지는 개정하라는 일종의 입법촉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국회를 구속하기 때문에 국회는 시한 내에 국회의원선거구구획관계 법조항을 개정했어야 한다.
국회는 위헌선언된 외국공관이나 외국대사관숙소근처의 집시법규정은 신속히 개정했으나 국회의원선거구규정은 개정하지 않아 법의 공백상태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 결과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상의 20여개 조문이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3:1이 넘는 편차를 가진 선거구규정만이 무효가 된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지구당활동에는 지장이 없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3:1을 넘는 과대선거구나 과소선거구만이 무효로 된 것이 아니고 모든 선거구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선구구획정규정전체를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 헌재의 결정을 볼 때 모든 선거구가 위헌상태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 정당(어느 정당을 지칭하는지 다들 아시죠?-옮긴이 주)이 국회 다수의 의사를 무시하고 회의실을 점거하여 공직선거법 개정을 저지함으로서 이 당이 앞으로 지구당을 법적으로 창당할 수 있게 될 것인가도 의문이다.
야당이 지구당 폐지를 주장했을 때 소수여당만은 지구당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변했는데 결과적으로 모든 지구당을 위헌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자연히 지구당이 폐지된 결과나 다름없다. 물론 현재 있는 지구당이 전부 해산처리 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당의 해산이나 등록취소는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데 현재의 헌법불합치결정이 해산과 등록취소까지 내포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헌재결정은 2004년 총선거실시를 현행선거구하에서는 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지구당창당이나 지역구 공천후보자 결정등은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국회는 같은 내용의 1995년 `12월 25일 선고 95헌마224결정에 따라서는 선거구구획개정을 시한까지 끝냈는데 이번만은 시한을 넘기고 있어 문제이다. 헌법재판소의 2001년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위헌상태를 야기시켜 법의 공백상태를 가져왔기 때문에 소선거구에 관련된 모든 정당활동과 선거운동은 할 수 없다고 하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구획문제가 국회에서 결정될 때까지 지구당에 관련된 모든 신고접수는 거절해야 할 것이고 특히 지구당창당신고는 접수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도 헌재결정의 중요성을 깨닫고 의무태만에 따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 위헌상태를 야기한 데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004년에 들어 국회는 정치개혁특위를 새로이 구성하여 선거구구획재협상을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는 소선거구수를 199명으로 줄이라고 요구하고 국회에서는 현상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소선거구에 따른 지구당유지비가 많이 드는 것을 생각할 때 지구당을 없애는 정당법개정도 검토할 것이다. 국회는 법의 공백상태와 위헌상태를 하루빨리 시정하기 위하여 국회경위권의 발동도 서슴지 않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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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글에서 김철수가 주장하는 근거가 되는 헌법재판소 판례는 [2001년 10월 25일 선고된 2000한미92,240 공직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 제25조 제2항에 의한 별표1 '국회의원지역구선거표'는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입니다. 선거구획정에 있어서의 위헌성에 대한 판결에서 지구당 폐지를 이끌어내는 노 헌법학자의 도저히 이해할 도리 없는 논리비약은 이 유명한 헌재판례를 평석한 다른 어떤 글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헌재판례를 이렇게 유연하게(?)해석할 수 있다면 정치개혁은 정말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맨 마지막 단락에 '국회경위권'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실 듯 해 부족하지만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국회는 다른 국가기관(사법부라든가 집행부 등)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헌법과 법률 그리고 의회규칙에 따라 의사와 내부사항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데 이를 '국회 자율권'이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1)국회행정을 위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 (2)국회의원 개인의 신상에 관한 신분자율권, 그리고 (3)국회건물내의 안전과 회의장의 질서유지를 위한 조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질서 자율권 등이 그것입니다. 국회경위권이란 이 가운데 질서유지와 관련한 국회 자율권을 말하는데, 이는 국회법 제 143조 이하에 의하여 국회의장에게 부여된 권한입니다. 쉽게 말하여 국회의장의 콘트롤 하에 있는 무력(경찰력)을 표결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회의장 내에서 쓸 수 있게 허락하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회의장 건물 안에서 경호업무를 수행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것이 국회경위권입니다.
제 설명을 이해하셨다면 김철수의 맨 마지막 단락의 말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위헌상태의 조속한 해결' 운운하는 김철수의 주장처럼 국회의사당 회의장 내에 경찰들이 들이닥쳐 물리력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국회의원들을 제압하고 의회 다수당의 의사대로 선거구획정안이 통과되었다고 생각해봅시다.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장하는 선거구획정안의 헌법적 문제점은 오히려 사소한 문제가 되어버릴 엄청난 결과를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이 실린 잡지는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법률가들이 보는 전문지입니다. 판례나 실정법을 해석하고 비판하는 것이 법학자들의 주된 일일진대 한국헌법학의 태두라는 서울대 법대의 명예교수인 김철수의 글은 헌법학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들 말고도 의회권력, 무엇보다 의회 다수세력에 대한 이해할수 없는 신뢰와(김철수에게는 지역구만 늘여 개정한 선거구획정의 위헌적 요소에 대한 문제의식은 없고 위헌결정이 되어 구멍이 났으니 빨리 메꿔야 한다, 는 생각밖에는 읽을 수 없습니다) 지구당은 폐지된 것이며 새 지구당도 만드는 걸 놔두면 안된다는 식의 발언은 어느 법에도 어느 판례에도 나와있지 않은, 그야말로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글 전체에서 한쪽으로 기울어진 정치편향성을 읽는다면 억측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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