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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니 뻔하다.
시한부 남자와
10년 짝사랑 여자란다.
게다가,
사랑 얘기라면 늘
여자라면 늘
"화이"만 등장시켜
우습게 어물쩍 넘어가던
장 진 아니었던가.
성석제의 글쓰기 마냥
남자의 글쓰기로
독특하게 웃기던 그가
멜로라니.
그래도 봤다.
장 진이니까.
역시 잘 봤다.
장 진이다.
이나영 연기 많이 늘었고,
정재영 매력 베리 나이스.
역시 배우가 제 옷처럼 배역을 입어주면
극이 살아난다.
뭐야 스토커야? 짜증 나!
다른 배우가 했으면 그랬을
'이연'이라는,
사랑 앞에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는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
열 받으면 주먹질도 할 것 같지만
연애편지엔 맞춤법도 온통 틀릴 듯,
한 잔 마셔야 겨우 "사랑한단 말이야!"를 외칠 듯한.
조금 무심해 보여도
한 여자에게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마음을 다 쏟아버릴 것 같은 순정, 치성.
(어디 정재영 같은 남자 없을까?!! @_@)
손도 한 번 안잡는 멜로.
심각한 순간에
우습게 힘 확 빼버리는
장 진의 사랑에 대한 통찰이
귀엽게 고맙다.
"너희들 사랑이 뭔지나 알아?"
"이름을 알아가고
취미를 묻고
혈액형을 묻고
그렇게 내가 이름을 알게된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거 아녜요?"
"사랑하면..
그냥 사랑하는거지
무슨 사랑 어떤 사랑
그런 게 따로 있나요."
"사랑 때문 이랍니다.
뭐 사랑하면 그러기도 해요.
죽이고 죽고."
"좋겠다. 사랑하다 죽어서."
"모르겠어요. 나 왜 이렇게 슬프죠?
이건 내가 원하던 게 아닌가봐요."
그런 얘길
등장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심각하지 않게 짚어낸다.
그것도 전혀 예상 밖의 인물들에게서.
그래.
사랑이란,
술 취한 동치성이가
술 확 깨도록 깨달은
사랑이란.
도무지 알 수 없어
두 달 후 죽기전엔
좀 알게 되겠지 했던
사랑이란.
관중석을 향해
볼을 던질 때까지도
왜 그랬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던
그 사랑이란.
이름을 묻고
혈액형을 묻고
취미를 묻고
물었던 질문 또 하고.
그렇게
내가 이름을 아는
그 여자를
그냥.
사랑하는 걸거야.
영화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낯설게하기'를 통해
오바하지 않고
시종 한 걸음 밖에서 웃겨주네.
내년이 없고
첫사랑이 없고
주사가 없던
치성.
이름을 묻고
혈액형을 묻고
취미를 묻고.
물었던 걸 또 묻기도 하는.
그것이
'있는 정성 다 하고
더없이 기뻐하는'
'치성(致誠)과 이연(怡然)'.
그런지도 모르겠어.
그래.
잘 살다가
애인도,
미래도
다 사라져 버리는 것도
삶이고,
심장에 무리 줘서 죽으려고
마라톤 대회 나갔다가
상품으로 김치 냉장고를 받는
그런 어처구니도 삶이잖아.
암튼 사랑도
너무 힘 줄 필요도
혼자 심각해 죽겠을 필요도
없을
그냥 사는 일임에
분명해.
인격적인 깊은 교감이 없는 상태는
적어도 나에겐
'사랑'이라는 이름은
조금 생각해 보고 붙여야 할텐데..싶은
난 그런 부류의 인간이지만.
어떤 이의 '사랑'이
반드시 모든 이의 동의를 얻을만한
그런 것이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사랑에 정형이 있는 건 아닐테니까.
그에겐 '사랑'이었을테니까.
사랑이 무얼까.
정작 그런 근본적인 물음에는
그냥 울컥할 뿐이지만.
이젠 그냥 좀..
따뜻하고 개운하고 현실의 것인
익은 됨됨이와 관용과 인내였으면.
그런 생각은 하지.
덧.<아는 여자>를 쓴
장 진 에게 사랑이 무엇이었을지
두 주인공의 이름이 참 근사하네.
남자주인공 이름이
치성(致誠).
여자주인공 이름이
이연(怡然).
"스스로 지닌 정성을 다 하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그런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의 말처럼
사랑에 대한 발견이
늘 달콤하기만 한 건 아니지만,
쌉싸름 해도 근사한 일이야 :)
사진이 너무 커서 이쁜 이나영은 짤려 버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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