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Romantic의 중국식 음차였을
'낭만적(浪漫的)'이라는 말.
그 자체가 주는 감정의 한 올만
즐기는 습관이 생겼나 봅니다.
언젠가부터 말이에요.
모럴의 둘레,
혹은 굴레 안에서 이겠지만.
실연 이후 아파하던 때
친구에게 메일을 잘못 보내어
엉뚱한 사람이 답신을 했는데
자신은 바르셀로나에 있는 한국 사람이라는 것.
그것이 인연이 되어
계속 메일을 주고 받다가
한국에 돌아온 그 사람의
만나자는 저돌적이고도 급한 그 어조에 질려
낭만적인 설정이 깨질까봐
숨어버렸던 기억.
뉴질랜드에서 잠깐 지낼 때
기숙사 공중전화에서 만난
일본 남학생과의
예상치 않은 우연이 연결되는
살짝 유치했던 스토리.
이별이 약속된 짧은 우연들의
조심스러운 짜릿함이라니.
카피라이팅을 가르쳐주던
젊은 카피라이터와의
카피 만큼이나 집약적이고도 간명했던
몇 달의 설레임.
하기자 박기자 지금까지도 놀리며 비웃어 마지 않는
모 영어 강사와의 썸씽썸씽한
우스운 스토리 등등.
에..또..
오프 더 레코드이기도 하며
오프일 수 밖에 없으리만큼
희미한 찰라의 설레임들이라니.
# 2.
여름 한낮 내린 눈 마냥
잠깐을 소복하다 녹아버릴
그 간지럽게 시원한 온도는
한 시간 짜리인지
한 주일 짜리인지
몇 년이 될런지는
알 수가 없을텐데.
그 어떤 짧은 인연들을
살포시 예단하고
낭만이라는 그 말의
고운 결 하나만 뽑아서
향기만 맡은 채로
내려 놓고싶은 습관은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를
그런 굳은살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알고 있어요.
근사한 드라마 대사를 읊지 않아도
폼나는 분장과 의상을 입지 않아도
보기만 하여도 가슴이 깊이 채워질
그런 인연의 자락이라면
꼬옥 붙잡게 될거라는걸.
# 3.
수 년전에 잠깐 알고 지냈던
글 쓰는 이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결혼했다는데,
종종 좀 과하다 싶게 전화를 거네요.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글쓰는 얘기, 책 얘기, 문화 얘기일 뿐이지만.
아예 이젠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습니다.
이신영 말마따나
결혼한 남자에게 전화를 받는 여자가
지구상에 얼마나 많을텐데
그들의 아내만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걸 겁니다.
저는 말이에요,
평생 매력있는 아내가 되기 위해
물론 노력이야 하겠지만,
젊은 여자들을 질투하며 산다는 건
가오 안서잖아요.
눈가의 주름이 깊이 패일 수록
그냥.
누군가가
그 사람과 제가 함께한
시간과 신뢰의
견고한 보물을
깨는 일이 어렵도록,
그가 현명한 남자라면
색다른 아름다움에 유혹당할 지언정
가끔 어떤 외로움이라 느껴질 지언정
둘이 함께 한 시간이 주었던
친밀한 믿음의 자산들을
떨쳐 버리지는 못할
그런 친구가 되면 좋겠어요.
암튼.
낭만적일 법도 한
기억 속의
'그'에게서 온
반갑지 않은 부재중 전화를 바라보다가
그냥 훌쩍 쓸쓸해지길래
낭만 따위에
오바해 봤음.
반년 정도...
둘러만 보다가
글은 처음으로 남기네요
가끔씩 와서
엄살오바 부릴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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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것 같은데 이대목에서 눈물나게 웃었습니다. 죄송.....
돈 안받으면 '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