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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얼마간에 명철한 구석이 있으면 과장해서 추켜세워 '너 천재다.'라고 중얼거리긴 하지만, 정말 '천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지금까지 딱 2명밖에 없었다. 하나가 서울대 사회학과(?)에 들어간 고교동창 녀석이고(현재 소식은 전혀 모름), 또 하나가 군대에서 내 서무계 사수였던 염재승 병장이었다. (사수 = 업무상 직속 고참을 일컫는 속칭)
염 병장은 전라도 거창 산골에서 경운기 몰고 두엄 나르며 지내던 농사꾼으로 살다가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입대하였는데(입대할 때 작성한 신상명세서에 '취미 : 경운기 몰기', '특기 : 삽질하기'라고 적었던 그의 기인적 풍모는 중대원의 전설이었다.) , 그의 과도한 똑똑함이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한 번 들은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아니하여(무슨 위인전기 같고나...) 중대원들의 집안 대소사를 알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예컨대, 2소대 3분대 박 일병의 둘째 누나는 작년 여름 3년이나 사귀던 남자와 헤어져 크나큰 상심에 빠졌으나 올 봄부터 증권회사 대리와 열애에 빠졌고, 지원소대 최 상병은 어렸을 적부터 많이 의지하였던 큰 아버지가 지난 달에 돌아가시어 경기도 파주 인근의 선산에 장사를 치렀다.......는 등 110여명 중대원의 근황이나 더 나아가 본적, 주소지, 출신학교 따위를 모조리 외고 있었다.
그뿐인가. 매일 저녁 7시 30분만 되면 간부들 몰래 주둔지를 벗어나 아무도 없는 유류고 뒷마당에서 MP3P를 귀에 꽂고 스스로 독창적으로 창시한 권법과 무술을 연마하였으며(그가 정색을 하면 눈에서 살기가 느껴지곤 했다.), 책상머리에 앉아 심심할 때면 혼자서 행렬 문제를 내어 풀어보거나 여러가지 물체들의 용적을 적분해서 구해보는 것이 일상의 취미생활이었다.(숫자에 관한한 그의 두뇌는 완벽 그 자체였다.) 또한 상병 꺽이기 시작하여 전역하기 전까지 1년 남짓한 기간동안 주말 시간을 이용해 백지상태에서 피아노와 드럼을 독학하였고, 전역 직전에 이르러서는 웬만한 Jazz 곡에도 즉석에서 곡을 붙여 연주를 할만큼의 실력이 되었다.
지금도 거창 산골에서 농사 짓고 잘 살아가겠건마는...... 천재는 천재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못내 서글픈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이 바로 염 병장이다.
(윗글에는 단 1g의 뻥도 없음...)
결론 - 뭐, 저런 사람도 있다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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