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울음이 나왔다.
하치와 데이트도 하고 싶었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하치의 방에 가서, 첫 키스를 하고 싶었다.
애가 태어나자 여기저기로 전화를 거는 하치를, 축 늘어진 배로 보고 싶었다.
신생아실에는 갓난아기가 있고, 아아, 키우기 귀찮아.
집 없는 개나 고양이를 주워, 어쩔 수 없이 키우기도 하고.
그리고, 같이 바다에 가고 싶었다. 매일 수영도 하고, 해변을 산책하고도 싶었다.
또 쓰잘 데 없는 말싸움과 하치가 보기 싫어서, 없어지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해 보고 싶었다.
어느 쪽이 신문을 먼저 읽느냐고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무수한 히트송이 과거가 되어가는 것을 함께 느끼고 싶었다.
모든 잡다한 일들을, 좋으니 나쁘니 따지고만 있을 수 없는, 이미 일어난 모든 일들을
복작복작 포함한,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 어느 틈엔가 유유히 흘러,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에 있기를.
그래, 그러니까 말이지, 그런 책임을 하나로 하는 것.
나는 울면서 호소하였다. 모두들 이렇게 멋진 일을,
매일 하고 있는데, 왜 모두들, 어째서 특별하게 행복하지 않은 거지?
"아무쪼록" 하치는 말했다. 기도하듯 신성한 울림으로.
"마오짱이 누구 다른 사람이랑 하나가 되었을 때, 그 기분을 간직할 수 있기를"
posted at 2004-09-05 07:02
coramdeomoon is level 6 llllllllll
꼭 이혼하고야 말겠다는 후배와 한참을 채팅하고나서 느낀것은...한 사람과 같이 고스란히 늙어가는 것이 정말 축복이구나..라는 것.
모처럼 아이들이 없어...오붓하게 둘이 앉아 천천히 잔을 기울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주고받았는데, 누가 우릴 보고있었다면 얼마나 부러울까....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젯밤.//수위가 점점높아지는 염장질
waterdrops posted at 2004-09-05 15:04
Guest is out of level
금슬 좋은 노부부의 뒷모습에서 일상적인 사랑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쓰신 분이 그것을 완상(玩賞, appreciation)하실 수 있는 넉넉함과 호흡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저는 거기까지는 모르겠고, 요새 지인들의 결혼에서는 도무지 너그러운 감정이 들지가 않더군요.
무엇보다 '결혼한다'는 동사의 주체가 된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에 압도되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신부는 (신랑까지는 모르겠고)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던데요.
그런게 다 사는거고, 그들도 세월의 세례를 받으면 저렇게 단단한 피사체의 삶을 살 수 있을런지. 흐뭇한 완상보다 쓰디쓴 회의밖에 읽지 못하는 게 제 스스로도 딱하군요.
posted at 2004-09-05 17:44
nuna0604 is level 12 llllllllll
얼마전 책에서 읽은 구절인데요, 성경말씀에 남자가 부모를 떠나 여자와 연합하다라는 구절을
히브리어 원문을 해석한 것이었습니다.
연합하다라는 것은 히브리어로는 모자랑 것을 채워주다, 도와주다 라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 군요.
아무렴 완벽한 배우자감과 결혼할 수 있겠습니까.
모자라는 사람이기에 하나님께서 연합하라고 명하신 것일테지요.
서로 도와주고, 감싸줄수 있는 그런 인격적 성숙함이 부족한 채로 결혼과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세태인것 같아 저도 걱정은 합니다만.
posted at 2004-09-05 20:46
joyful is level 1 llllllllll
50년의 런닝타임을 가진 세상에서 가장 긴 영화 속에
노부부의 사진 같은 씬(scene)이 꼭 포함되길 소망합니다. 물론, 모처럼 아이들이 없이 오붓하게 둘이 앉아
천천히 잔을 기울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주고받는 장면두요!
posted at 2004-09-05 20:57
joyful is level 1 llllllllll
'모자람을 서로 넉넉하게 채워주는 거 아닐까?'
누군가 물으면 그냥 어렴풋이 대답하곤 했던 사랑의 정의가
'연합하다' 라는 말과 일치점이 있다니 흥미롭네요
많이 엇나간 답이 아닌 거 같아 흐뭇하기도 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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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젯밤.//수위가 점점높아지는 염장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