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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
멍하니 비 내리는 하늘을 보고 있다가 남의 차를 들이 받아 버렸답니다.
나만한 나이의 남자가 난감한 표정으로 자신의 차를 살펴보더군요.
"저,,,비를 보고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그 남자 웃더군요.
비 개인 하늘만큼 청명한, 그리고 높은 웃음소리.
그렇게 웃더니 아무말 없이 그냥 붕~ 떠나 버립니다.
나보다 고급차를 타고 있던 그 남자의 찌그러진 뒷문짝을 보면서
멍청하게 떠나는 차의 뒷꽁무니만 바라보던 저는
누군가의 짜증 섞인 클랙션 소리에 너무 놀라 후다닥 내 안으로 숨어버렸습니다.
그 사람 차 종이 뭐였드라?
자동차 넘버가 뭐였드라?
아무것도 기억안나는데...
언젠가 듣게 된 사연이다.
처음에 나는 그 말 없이 웃으며 사라진 남자에게 먼저 호감이 갔다.
'참 여유가 있는 사람이네...'
접촉사고 나면 앞뒤 안가리고 큰소리부터 치는게 우선이 되버린 현실에서
청명하고 높은 웃음소리만 남기고 사라진 남자...
그 사람의 여유가 못내 부러웠었다.
조금 지나고 이 이야기가 한편의 그림이 될 때쯤
나는 이 여자분이 더 부러워졌다
그 당황스런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비를 보고 있었어요..."라는 말을 할 수 있었던 마음이...
비를 보다 그랬노라고 말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이나
그 마음을 헤아리며 웃음으로 받아주던 사람이나
두 사람 모두 근래 보기 드문 아름다운 사람들이고
멋을 아는 사람들이다.
이 이야기가 오늘 무심코 생각났다.
살아가면서 내가 가지고 싶었던 여유로움을 지닌 사람들의 만남.
아마도 그 일은 그 두사람에게
낯선 사람이 주고간 평생의 아름다운 기억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비내리는 날마다 생각나는
오늘처럼 비 내리는 하늘을 볼때
난 가끔 낯모를 이 두사람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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