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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l Solid  
   posted at 2005-11-12 23:45:43
2743 hits  2 comments
 http://cyworld.nate.com/ilj93 NeWin ilj93 is level 2  llllllllll 
 퍼머링크 : http://reedyfox.com/island.php/board/2335  [복사]

기타(guitar)의 사양(spec)을 표기하는 명칭 중에 All Solid란 용어가 있다.
기타 재료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무에 관한 용어다.
Solid란 합판이 아닌 원목 그대로를 가공한 나무판을 일컫는다.


합판에 비해 공정도 까다롭고, 관리도 어려우며
기타만한 넓이의 나무를 구해 가공하기 때문에 기타값도 덩달아 올라간다.
때문에 소리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하는 앞판만 Solid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All Solid란 기타의 앞판, 측판, 후판을 모두 원목으로 만들었을 때 부치는 명칭이다.
외국에서 만들어진 기타라면 All solid 모델 기타의 경우 싼 것이 백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내겐 바로 이 All Solid  모델의 기타가 한 대 있다.
그 전에 샀던 기타도 무려 50만원이나 하는 좋은 기타였지만
전, 후, 측판이 모두 원목인 기타를 갖고 싶은 욕망에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국내 메이커에서 저렴한(?) 가격에 기타를 출시한 것이 한 원인이었다.


새 기타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이 기타에서 어떤 천상의 소리가 날 줄 알았다.
All Solid라니...
기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기타가 아니던가.


그러나 내 예상은 멋지게 빗나가 버렸다.
앞판만 Solid였던 기존의 기타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울림... 땡땡거리는 소리..
후회가 밀려왔다.


측, 후판이 마호가니라서 울림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애써 위로했다.
전의 기타는 합판이나마 마호가니에 비해 울림이 좀 더 풍성하고 깊다는 로즈우드였던 것이다.
비싸더라도 측후판이 로즈우드 원목으로 된 All solid기타를 살 껄!
미련은 새 기타에 애정을 갖지 못하게 했다.


새 기타를 칠 때마다 이미 지인에게 중고로 팔아버린 옛 기타를 그리워 했다.
그리고 새 기타를 구입한 그 해 겨울,
나는 죽음을 간절히 소망할 만큼 힘들고 아팠던 시기를 보냈다.
입도, 고개도 못 움직이는 마당에 기타란 사치품에 불과했다.


시간이 흘러 기타를 잡을만큼 건강이 회복되었을 때 기타는 간신히 내 품에 다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탄현(彈絃)..

'웅~~~~'

어?
소리가 조금 변해있었다.
뭐라 표현하기 힘들만큼 소리가 아주 조금 부드러워졌다.


내가 아파하고 있던 겨울의 시간 속에서
원목은 묵묵히 기타에 어울리는 나무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소리가 좋아진다!

이 사실이 나를 흥분 시켰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전 보다 더 아껴주고 더 자주 치게 되었다.
예전 기타보다 더 많은 애정을 쏟아주기 시작했다.


1년이 가고,
2년이 가고,
3년이 되는 올해, 기타 소리는 확실히 좋아졌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원목은 합판에 비해 길들이는 시간이 훨씬 길다고 한다.
다른 말로 하면 합판에 비해 소리가 좋아질 수 있는 여지가 더욱 많다는 것이다.
또한 합판에 비해 습도며 충격이며 신경 쓸 것이 많지만 관리해 주는 만큼 더 좋은 소리를 내준다고 한다.
매일 같이 10분이라도 기타를 쳐주고 만져주는 것이 나무를 길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다.



기타가 좋다.
악보를 보며 연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코드 몇개에 스트로크가 전부지만 기타를 잡고 있는 순간이 좋다.
품안 가득히 안긴 울림통에서 풍겨오는 나무내음이 좋다.
칠 때마다 익어가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사람도 All Solid 기타 같아야 하지 않을까?
당장은 나 자신의 못남과 부족함에 속상해도 꾸준히 좋아지리라는 희망에 가슴 설레어 봐도 좋다.
앞으로의 더 많은 가능성에 가슴 벅차해 보는 것도 좋다.
느림보다는 '매일'에 기뻐하며 풍요로운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그리하여 나의 내면의 향기가 은은히 퍼져갈 수 있다면 이보다 멋진일은 없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내 향기가 느린만큼 상대방도 느릴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아직은 보이지 않는 그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격려해준다면,
그 향기는 더욱 멀리 퍼져나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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