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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산동네 주소같네요.
30-1이라니.
저는 30 빼기 1을 말한겁니다.
오늘 서른을 딱 한해 남겨두는 날이거든요.
그렇다고 서른에 뭐 대단한 의미를 두는 건 아닙니다.
그냥 어떤 가까운 미래엔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이기를
조금 더 분명한 그림이기를
그렇게 바라는 것이겠지요.
# 2.
스물 여덟 해를 살면서
알게된 것들이 뭘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과거가 미래보다 훨씬 더 열려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미래를 말할 줄 아는 인간이
대략 건강 혹은 행복하더라는 것.
미래를 말하되
가급적 미래는 모든 가능성으로 열어 놓아야
-그것이 자신의 가능성이건, 일이건, 사랑이건
-더 크고 좋은 열매를 얻더라는 것.
사람의 인연이란
어떤 언어로든 재단하려 하면 고단해진다는 것.
그래서 그냥 순리대로 흘려보내고
정말 잡아야 할 것들을 보아야 하더라는 것.
후회하느니 실패하는 게 낫더라는 것.
사람만큼 절망적인 존재도 없건만
그들에게 자유를 선물하고
끝없이 믿어주는 하늘의 마음.
그래서 자꾸 뜯어보게 되는 인간의 면면들.
나 자신에 대해 희망하는 법.
사랑하다 헤어지면 소리내서 울고싶어지지만
또 살다보면 사랑때문에 웃기도 하더라는 것.
포기할만한 절망같은 건
사람이 사는 일엔 없더라는 것.
그러고 싶을 땐
그래 나는 약하다.라고 말하고
도움을 구하며 정면으로 부딪히면 되더라는 것.
먼저 인생을 살아간 사람들의 말은
일단 귀 기울여 들어보고
가려서 새기면 전부 약이 되더라는 것.
생각해보면
소소한 일들까지.
살면서 얻은 것이 셀 수 없이 많을 텐데
어딘가 설프게 덜 익은 것이
앞으로의 세월을 그려보게 하네요.
무슨 커다란 말을 쏟아내도 지금은
샤워하다 넘어지고
알던 동네에서 길 잃고
하는 일들이 상징하는 어떤 작은 것에
픽- 그냥 무너지거든요.
허술해라.
서른 아홉.
마흔 아홉.
쉰 아홉엔.
후까시(?) 없는 말들로,
체감하고 터득한 삶에 대한 언어들이
그렇게나 자연스럽고 힘있게 흘러내리면 좋겠어요.
2주간의 러시아 아웃리치 무사히 마쳤답니다
아, 집이 좋네요. 시원한 수박 먹으며 밀린 글들 읽으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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