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섬 바닷가

남자가 도착하는 시각은
언제나 늦은 밤.
여자가 맞이하는 순간에
가끔은 짜증을 낸다.

현관에서
낮은 목소리들이
오고 가는데.

여자의 방에
남자가 오는
그 일이
비밀스러워야만 하는
그런 관계인건지.

얼마전에 남자를 보았는데.
나이가 많아 보인다.
50대?
적당히 멀끔해 보이는 옷차림.

그냥 문제 없이
사랑하는 사이라면
당당해도 되었을 텐데.
하긴 아닐 수도 있구나.

그 사람.
나랑 눈이 마주치면
도망치듯 달아난다.
몇 번은 그랬던 것 같아.

또 어떤 때는
새벽에 싸우거든 둘이.
그러다 남자가 가 버려.

새벽에도 잠 안자고
소리에 민감한 이웃을 두어
그들도 참 불편하겠다.

사실
진위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그냥
내 상상력이 자꾸 발동할 뿐.

그저
그런 생각 할 뿐이야.

사랑에
정형은 없지만
모럴은 있었지
하는.

요즘 드라마에는
온통 불륜이거나
온통 환상이거나.

TV 볼 맛 안나.
노희경 얘기처럼
그냥 사는 얘기 보고싶은데.
사랑은 그냥 살아가는 일이라고
힘빼고 말해줄 수 있잖아.

사랑해도 되고 안되고를 가지고
쪽팔리거나 하는 관계를 만든다는 건
살아가는 일을
피곤하고 퍼포먼스 떨어지게 하는데다가
'사랑'이라는 이름에 대해
자꾸 고민해야 하게 하거나
'몸'에 치우친 관계를 만들어가게 하거나.
그런 것 같아.
삶의 목적을 잊게 하잖아.

픽션에 신경을 꺼 볼까.
가뜩이나 감정놀음 말장난 오리엔티드 인간인데.
나도 성공한 CEO 뭐 그런 것만 읽어볼까.
오케이오케이 중심 잡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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