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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아주 조금은 외로운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다.
대화상대가 하나님이냐 사람이냐 나 자신이냐의 차이일 뿐...

 발신번호표시서비스 유감  
   posted at 2003-07-07 16:46:39
955 hits  3 comments
blue is level 1  llllllllll 
 퍼머링크 : http://reedyfox.com/island.php/board/430  [복사]
발신번호표시 서비스가 없던 시절..
전화 받을 때 "여보세요~" 하는 나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상냥조신아리따움나긋나긋함의 극치라는 평을 듣곤 했다.
그러나 상대의 신원이 파악이  되고 나면 나의 목소리는
천의 얼굴을 가진 것과 같이 상대에 따라 용의주도면밀하게 변화되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회사 아가씨는 내가 전화받고 두번째 음절을 발음하는 순간
상대가 누구인지 12명까지 정확히 구분하여 알아낼 수 있을 정도였고
상대에 따른 나의 억양과 음성과 태도의 순간적이고도 급격하고도 정확하고 세밀한 변화는
상냥조신아리따움나긋나긋함의 극치라는 평을 들었던 목소리 예술을 능가하는
종합행위예술로 추앙받기에 이르렀다.

지방소재의 연구소 시절, 각종 실험 기계/기기/초자/시약재료를 구매할 때마다
서울 본사의 각 구매담당 총각들은 날 만나기를 목놓아 소원했으며
기어코 몇 안되는 유리초자 나부랭이를 차에 싣고 시골까지 내려오는 열혈남아도 있었으나
그들에게 남겨진 건 무참히 깨어진 기대감과
목소리 이쁜 여자치고 얼굴 이쁜 여자없더라는 고래의 진실 확인이요
나에겐 남겨진 건 견적 및 자료요청에 대한 답변지연이었다는 슬픈 전설이...

그런데 발신번호 표시 서비스 이후
나의 목소리 예술을 개발,연습,발휘할 기회가 많이 사라지다 보니 목소리도 슬어
이젠 이빠진 녹슨 칼처럼 쇳소리가 섞여 나온다.
이러면 단칼에 쓰러뜨리긴 글렀다.
유감스럽다.




::: 새벽신문을 기다리며
마침내 시민들은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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